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그냥저냥 사는 것이/똑같은 하루하루/출근하고 퇴근하고/ -중략- /운 좋으면 앉아가고/아니면 서고/지쳐서 집에 간다." 나훈아의 노랫말이다.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삶을 대변하는 이 노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직장인의 애환(哀歡)을 그리고 있다.
지금의 50~60대 직장인은 나훈아의 노랫말처럼 참고 견디는 월급쟁이 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벼랑 끝에 서성이다가 ‘가족이란 틀’에 잡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이런 기성세대와는 달리 2030세대 MZ들은 직장생활을 ‘자신의 희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렵게 구한 직장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아니면 그만두기 일쑤다. ‘재직하는 것’이 오뉴월 더위에 물을 원하는 목마름 같은 간절함이 없다. 금융지주회사 3곳만 보더라도 짐 싸고 나오는 MZ는 최근 3년 새 8배나 늘었다.
공무원은 어떤가! 재직 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 퇴직자 수는 지난해 1만3천321명으로 5년간 2배 이상 늘었다. 근무기간 5년 미만 공무원 2명 중 1명이 이직(移職)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지도 않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도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보수’다. 여기에 악성 민원인의 저돌은 자존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고 ‘워라밸’은 희망 사항이니 젊은이들에게 ‘참아내야 한다’는 조언은 아재개그일 뿐이다.
‘9급 공무원 월급이 병장급여(2025년 월급150만+내일준비적금 최대 55만=205만원) 수준’이라는 공무원들의 푸념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저임금 구조를 버티라는 정부, 청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공무원을 그만두게 만드는 정부"라는 공무원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형국이다. 물론 병사들의 처우를 높이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럼 공무원의 급료는 얼마나 될까? 9급 1호봉이 매달 본봉 187만7천 원, 직급 보조비 17만5천 원, 정액 급식비 14만 원, 정근수당 가산금 3만 원을 더해 세전 222만2천167원을 받는다. 급료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2023년 기준 교도소 수감 중인 재소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관리비용 연 3천100만 원보다 적다.
‘흉기 난동’으로 첫사랑의 아내를 5분 만에 떠나보낸 남편, 얼마 전 ‘친구를 배웅한 뒤 집으로 돌아오던 17살 딸을 잃고’ 조각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참고 견디는 어머니, 그 남편과 그 어머니가 내는 세금으로 범인은 9급 공무원보다 많은 예산으로 품위유지를 받고 있으니 ‘세금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요즘이다.
김대중 정부를 제외한 모든 정권들이 ‘공무원 수를 늘려 몸집만 키워 놓은 양적 확대’가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인상’을 잉태했고 급기야 월급쟁이의 불만을 낳았으며 정부의 재정부담을 키웠다. 국가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해마다 늘더니 지난해 1천44조 원이다. 이미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적자가 발생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주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올해 30조 원의 세수결손이 현실화되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천억 원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다. 내년 지방 교부세도 8조 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어서 허리띠를 더 조여 매야 할 처지다. 미래를 보지 못한 정책실패다.
이는 결국 청년과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2025년 상향 조정된 조세부담 시나리오를 보면 2030세대가 평생 버는 돈의 순조세부담률 40%를 세금으로 낼 것"이라는 전영준 교수의 경고는 ‘더 막히기 전에 뚫어야 한다’는 충언임을 증명(證明)하고 있다.
내 집 마련도 그렇다. 평균연봉이 4천857만 원인 30대가 9억 원짜리 내 집을 마련하는데 서울에서 19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9급 공무원 급료로는 40년이다. ‘청년들에게 주거 확보를 위해 아끼고 저축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아재개그’ 수준이다.
이런 판에 부양할 가족이 생기는 결혼과 출산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MZ들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응답하라"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야 하는데, 그 답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함은 오롯이 국민의 몫 아닌가!
청년들에게 ‘계약기간 없는 공공임대 형태의 주거를 제공’하거나 ‘소득기준 임대료를 내는 것’ 같은 정책이 시급하다. ‘정시퇴근(칼퇴)’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칼퇴’와 일한 만큼의 권리를 부여하는 일은 모두가 뚫어야 할 책무다.
2030세대 MZ는 디지털과 재생에너지의 대전환 시대를 열어 갈 주체다. 이들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하는 것, 그게 국가가 미래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 진정한 가치(價値)다. 그래야 50년쯤 살아봐야 아는 사실을 ‘인터넷 정보를 통해 미리 깨치고 있는 2030세대’에 할 말이 생긴다.
작가 김홍신은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간신과 간언은 바로 구별되기 때문에 후대(後代)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고 했다. 위정자(爲政者)들이 받아들이기 딱 좋은 조언이다. 정책이 빗나가면 힘든 건 국민이다. 막힌 곳 좀 뚫어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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