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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50.최종회) 제6부 7장 병자호란 전야 뒤이어 이시백의 제문이 답지했는데, 그의 제문은 남달랐다. -사람들은 우리를 형님과 아우같다고 했지요. 내 마음에 뼈와 살로 알고 서로를 의지하며 나라의 어려운 일을 함께 했지요. 임진년 나라의 운수가 비색(否塞:운수가 꽉 막힘)하여 왜구가 팔도를 밟았을 때, 공은 한미한 시골 출신으로 겨우 16세의 어린 나이로 (광주목사 권율의 장계를 가지고)이천오백 리 길을 달렸소. 왜적을 피하느라 밤에는 걷고 낮에는 자며 산을 넘고 물을 건너기를 그 몇날이었
기획특집
김명식
2020.08.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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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8)6부 7장 병자호란 전야영산강과 황룡강의 분기점에서부터 광주천과 영산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물은 깨끗하고 물고기가 많았다. 그곳에서 천렵하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헛것이 보이는 듯 아닌 듯 아련하게 소년 시절의 모습이 다가오고 있었다. 헛소리를 하면 넋이 나갔다는 뜻인데, 아들 빙이 어째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 극락강의 메기 매운탕은 먼 길이라서 가져오기 어렵고, 다만 여름철로 접어드니 염장 젓갈인 고향의 새우젓과 깡다리 젓이 있구만이요.”“그러면 되었다. 보...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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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7)6부 7장 병자호란 전야최명길의 생각은 이어졌다. -국방력 강화의 한편으로 외교력으로 나라의 외연을 넓히자는 주장은 존명 사대를 외치는 주류사회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충신 장수는 이들의 위협과 겁박에도 의연하다. 바른 것은 끝내 이긴다고 믿는 것일까. 그의 오늘이 있게 한 힘이 밑바닥부터 출발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출신 배경 때문인가, 아니면 깊은 사유의 소산인가. 그들 일원이 되면 좋은 자리 나눠갖고, 안락을 누리며, 호의호식할 수 있는데도 그 길에 ...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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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6) 6부 7장 병자호란 전야 정충신이 말을 이었다. 명 황제에게 보낸 밀서는 이랬다. -조선의 군사력이 미약해서 도움이 안된다, 균형자로 서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명에 파병하는 것을 꺼려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임진왜란을 도운 부모국을 배신하는 역도의 짓으로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광해의 이름만 안들어갔을 뿐, 바로 광해를 치라는 밀서였다. 명나라는 이 고자질을 근거로 조선에 사신을 보내 ”조선이 후금, 일본과 내통하고 있으며, 후금군 가운데 조선인 3000여 명이 들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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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5) 6부 7장 병자호란 전야 정충신이 말을 이었다. “내가 이괄을 제압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가 들고 일어난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오. 우리 조정이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미흡했소. 누군가 밀고를 하면 덮어놓고 잡아다가 뎅강뎅강 목부터 잘라버리니 이괄의 명령에 따라 얼결에 가담한 군사들이 두려워서 도망가거나 후금에 투항해버린 것이오. 그래서 역도가 되고, 간자가 되고, 적군이 되어서 모국을 치는 군사가 되었소. 군사만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제일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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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4)6부 7장 병자호란 전야“중국에 변고가 있는 것은 조정 대신들 때문이오. 무능과 부패가 하늘에 닿았소. 중신들은 닥치는대로 뜯어먹으며 각자도생하고 있소. 이러니 군사들이 ‘요동에 가서 개죽음 당하지 말자’고 노래하지. 왜 이 따위 나라에서 개죽음 당하느냐는 것이오. 투항하거나 도망가자고 힌결같이 말하고 있소. 병란이 일어났는데도 나라 꼴이 이 모양이오. 먹을 것, 입을 것 다 지닌 자들이 털끝 하나 다치는 것 없이 탐욕에 찌들어있는데, 그런 나라를 뭐한다고 따르겠소. 우리 또한 마찬...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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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3)6부 7장 병자호란 전야-국가의 존망이 병자년 올해 판가름 나겠구나. 이것이 도대체 무슨 재앙인가.하필이면 정충신은 경상병사직을 사임한 뒤 투병중이었다. 은퇴한 데다 병중이었으니 정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나라가 절단나게 생겼다.“어떤 놈이 이렇게 나라를 진구렁창으로 몰고 가나. 전후좌우도 모르고 날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냐. 조문 사절을 쫓아버리고, 그 뒤통수에다가 척화하고 절화한다고 하니, 큰 일이로다.”정충신은 병든 몸을 이끌고 최명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 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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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기자
2020.08.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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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2)6부 7장 병자호란 전야“내 목을 자르겠다고? 문상 온 손님을?”“잘 모르겠습니다만, 북방 야만족이라고 얕보는 것이지요. 거기엔 모처럼 백성들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자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탐관오리가 발호하고, 백성들 고혈을 짜내니 사나워진 민심을 돌리려고 군중 속에 야유하고 조롱하는 간자 무리들을 심어놓은 것 같습니다. 민심의 흐름을 다른 데로 돌리는 방책이지요.”“우리를 이용한단 말인가?”“물론 명분은 있지요. 정묘호란 때 너무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복수하겠다는 뜻도 담...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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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1)6부 7장 병자호란 전야 정치적 거물을 잡아들였으나 용골대와 마부대를 상대할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외교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어야 했다. 그것을 지렛대 삼아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최명길은 유연하게 사절단을 대하자는 온건파였다. 그렇더라도 용골대와 마부대를 오랑캐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시원찮더라도 치제와 조상(弔喪)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예법의 나라의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궁중에 들이지 말고 궁궐 밖 금천교 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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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기자
2020.08.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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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40)6부 7장 병자호란 전야 6접반사의 보고를 받은 조정 중신들은 접반사보다 더 날뛰었다. 무쇠솥에 콩볶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한마디씩 했다. 한마디 하지 않으면 충신이 아닌 것처럼 비쳐질 정도였다.“가히 무식한 놈들이 천자가 되었다고 날뛰다니 오만방자하고 무엄하구나. 300년 대명(大明) 앞에서 짓까분다고 지들 세상이 되느냐. 할딱 벗겨서 쫓아버려라.”“맞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호하니 우리가 대신 혼을 내줍시다. 예의지국의 체모를 짓밟은 무례함을 용골대와 마부대에게 반드시...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8.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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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9)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아버님, 왜 지천 어른을 부르십니까.”아들 빙이 방으로 들어와 물었다.“왜구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남쪽의 왜적은 비록 우리나라가 간청한다 할지라도 이제는 오지 않을 것이다.”“왜 그렇습니까. 대처에서는 왜국이 침략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아니다. 왜국의 통치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는 수길(히데요시)이와 같이 호전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상업으로, 공업으로, 농업으로, 물건 만들고, 농사...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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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8)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해가 바뀌어 1635년 정월 초삼일이다. 아침에 병영의 뜰에서 신년하례식과 시무식을 갖고, 왜란 시 진주성 싸움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병사들 제를 올리고, 향교에 나아가 알성예(謁聖禮:임금이 성균관 문묘의 공자 신위에 제사지내는 행사)를 연거푸 치르다가 병이 들었다.한 겨울인지라 호흡기가 극도로 나빠져 기침을 하면 멎지 않고, 가래를 한 움큼씩 쏟아냈다. 의원은 진맥을 해보고 담한병이라 하여 가래가 발끝까지 찼다고 고개를 내둘렀다. 마음이 급해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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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기자
2020.07.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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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7)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최경운 선생의 손자라, 최경운 선생은 능주(화순)가 고향 아니시더냐. 그런데 니가 어찌하여 여기에까지 와있느냐.”“막내 할아버지를 모시기 위해서지요.”“막내 할아버지?”“네. 최자 경자 회자 할아버지입니다.”“옳거니, 그렇구나.”정충신이 저절로 무릎을 쳤다.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숙연해졌다. 최경회는 문과에 급제, 영해군수로 근무 중 임진왜란이 나자 경상우병사(慶尙右兵使)로 참전했다. 이에 앞서 장형 죄경운의 지시를 받고 거병해 의병을 모으기...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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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6)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 정충신은 불현듯 인왕산 안현전투 때의 부장 임경업 생각이 났다. 임경업은 안현에서 이괄의 부대를 섬멸할 때, 정충신 전부대장(前部大將) 휘하의 돌격대장이었다. 용맹과 담력이 대단한 젊은 군교였다. 난을 평정한 후 그 공으로 그는 진무공신 1등에 봉해졌다. 그런데 공신 선정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반정공신 우두머리인 김류에게 뇌물을 바쳤다가 들통이 나 파직된 것이다. 훗날 복권되어 의주부윤으로 청북방어사를 겸임했으나 그때도 말썽이 생겼다. 의주 인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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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5)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정충신의 배를 뒤따라온 사람은 포도청의 포교 김하필이었다. 도둑을 잡는 데 뛰어난 기지와 용맹성을 보여 남다른 실적을 보여준 순라꾼이었다. 그래서 정충신이 김하필을 눈여겨보아두었다가 부임 얼마후 곧바로 승진시켰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유독 정충신을 따랐다.동작나루 뭍에 오르자 김하칠이 정충신 곁에 다가와 메고 온 망태기를 내려놓았다. 망태기 안에는 쇠고기, 말고기를 말린 육포와 홍시감이 들어있었다.“나리, 어찌 그냥 가실 수 있습니까. 섭섭해서 뭘...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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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4)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딸랑딸랑 말방울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퍼지는 가운데 말 잔등에 앉은 정충신이 감회어린 시선으로 주변 경치를 살폈다. “이렇게 터놓고 얘기를 나누며 가는 것도 모처럼만의 일이군. 마음 놓고 주유천하를 하면서 자유롭게 사상을 논의하면 얼마나 좋겠소. 어쨌거나 지천(최명길의 호), 나는 떠나가지만 대신 상감을 잘 모셔야 하오.”그러나 그것은 고군분투하란 말이니 최명길로선 마음이 어둡고 무거웠다. 정충신마저 떠나고, 지금 왕의 주변에는 척화론 일색의...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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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3)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포도대장 재임 불과 몇 달만에 지방병마절도사로 발령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긴 커녕 도적떼가 활개치지 못하도록 수도 치안을 확실히 잡고, 백성들을 삥뜯는 포교나 포졸을 모범적으로 뽄대를 보이고, 순라꾼들의 도성 순찰을 정상화하면서 우범지역과 마작하는 집, 아편꾼을 단속하면서 어수선한 민심을 잡았다. 그런데 외직으로 저 멀리 경상우도(慶尙右道) 병마절도사로 쫓아버린 것이다. 여기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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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2)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사간원 지사가 그렇게 말하는 데야 달리 따질 수 없었다. 정충신은 자리를 물러나왔다. 종로를 순찰중인데 수상한 자를 발견했다. 들것에 커다란 물건을 헌 누더기를 씌워서 두 장정이 메고 가는데 무거웠던지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번갈아 멨다. 시체를 떠메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곡도 아닌 것 같은데 짐꾼은 낑낑거렸다. 정충신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포교에게 들것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오도록 지시했다. 포교가 달려가 살피더니 돌아왔다.“누더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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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기자
2020.07.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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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1)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실제로 마부대는 병자호란 전 조선 정국을 염탐하기 위해 압록강을 여러차례 넘나들었다. 어느때는 사신단으로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도성을 정탐하고, 각 부대의 동태를 살폈다. 조선 정국을 교란시키기 위해 첩보원들을 여러 사람의 마부대로 변장시켜 암약했다. 정충신에게 붙잡힌 자도 진짜 마부대일 수 있고, 가짜일 수 있었다. 그 자가 말했다.“나는 마부대가 아니다 해.”“니가 마부대든 아니든 정보 탐지를 위해 우리나라에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
기획특집
김명식 기자
2020.07.2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