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공동기획 = 전남 희망 아이콘 ‘섬·바다’ 이야기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 ‘여객선 공영제’시행돼야”
섬 주민 교통기본권 보장위한 제도적 지원 근거 차원
전남도, 광역지자체 첫 ‘1천원 여객선 요금제’눈길
‘섬 길’경제성·편리성 앞서 주민 주체성이 먼저

<25> 변화하는 바닷길과 연안여객선
 

섬 연안을 오가는 여객선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오갈때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최근에는 연륙·연도교가 설치돼 과거에 비해 이동이 편리해 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많은 섬 지역은 배를 통해 이동해야 한다. 사진은 사람들이 연안여객선을 이용해 섬으로 이동하는 모습.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바깥 세계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배다. 섬은 본래 바다에 의해 격리되기도 하고, 바다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섬사람들을 고립시키기도 하고, 이동에 중요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거나 가까운 바다를 오가는 데 사용했고, 배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먼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배는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또는 바다를 건너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이동할 때 이용하는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이러한 배는 ‘바다 위의 도로’라는 항로를 따라 운항하고 있다.

섬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연안여객선은 육지와 섬을 오가며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선박이며, 선박은 ‘선박안전법’상 13인 이상의 여객을 운송할 수 있는 배를 말한다. 섬주민의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외지인들의 관광을 위한 이동수단으로서 연안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섬주민들은 연안여객선의 안전한 운항여부에 따라 일상생활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섬으로의 접근성과 여객선 서비스는 섬 관광만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섬이 3천300여개에 이르고 섬주민들과 관광객을 합치면, 연간 수송인원이 1천 500만명 정도에 이른다. 계절별로는 여름철에 섬과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연안여객선 수송인원이 많다.

2020년 3월 이전에는 법적으로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연안여객선은 버스, 철도 등 다른 교통수단과 대조적으로 체계적인 정부차원의 지원 미비와 여객선사의 영세성으로 선박의 신규선 투입과 운항 횟수의 증가와 같은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안여객선의 운항횟수 부족, 접안시설 미비, 기상상황에 취약 등으로 인해 섬주민들의 1일 생활권이 불편한 구조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18년 기준)에 따르면, 연안여객선의 ㎞당 운임단가는 항공기보다 150%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버스는 124원/㎞, 철도는 164원/㎞, 비행기는 209원/㎞, 연안여객선 306원/㎞로 연안여객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작년 3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연안여객선에 대한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로써 버스, 철도 등 육상교통과 같이 대중교통으로 인정되며 정부가 섬지역의 대중교통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연안여객선에 대한 각종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게 된다. 앞으로 섬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안정적인 교통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안전과 서비스를 기대해 볼만 하다.

전남은 섬들의 왕국이다. 이곳에는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연안여객선의 항로가 그물망처럼 형성되어 있다. 2019년도 12월 말, 전국 연안여객선은 총 100개(보조항로 27개) 항로에서 162척(보조항로 26척)이 운항 중이다. 전체 여객운송사업 면허가 승인된 100개의 항로 중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할 하에 속하는 목포·완도항 연안해역에 38개 항로, 62척으로 가장 많았고, 낙도보조항로 또한 전체 27개 항로 중 14개 항로가 이곳에 분포한다. 여기서 낙도보조항로란 사업성 부족으로 여객선 운항을 기피하는 항로를 보조항로로 지정하고 국가가 운항결속액을 지원하여 섬주민 교통편의를 증진하는 제도이다.

전남 연안여객선 항로 중에서 전통적으로 관광객이 많은 목포 ~ 홍도 노선, 목포 ~제주 노선뿐만 아니라, 최근 관광객이 증가한 땅끝 ~ 산양 노선, 완도 ~ 청산도 노선 등의 연안여객선 이용이 증가 추세에 있다.

다도해를 운항하는 연안여객선의 특성으로, 첫째 전남 항로는 활성화된 항로와 낙후된 항로가 공존하고 있는 이중적인 특성이 있다. 관광객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항로가 있다. 예컨대 보길도, 금오도, 홍도, 거문도 등은 한 해에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까지 다수의 여객을 수송하는 대표적인 항로이다. 반면, 14개 낙도보조항로가 전남 섬지역에 분포하고 있고, 이 항로는 수익구조 악화로 인해 선박의 소형화와 업체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흥 나로도항에서 5분 거리에 불과한 애도를 배를 타고 이동하는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모습.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둘째, 선종별로 전국 연안여객선 168척 중에서 105척이 차도선 형태이다. 차도선은 카페리보다 차량구역과 여객구역 구분이 없다. 전남 섬지역 곳곳의 작은 섬에 기착하는 차도선 형태는 연안여객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형이고 선령이 오래된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다.

이에 전남도와 신안군 등은 섬주민의 교통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시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신안군의 ‘여객선 야간 운항’, ‘1천원 여객선’, ‘여객선 공영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전남도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섬주민 이용이 많은 932개 전체 생활구간에 ‘1천원 여객선 요금제’를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1천원 여객선 요금제는 총 1천 320개 여객선 운항 구간 중 운임비 8천 340원 미만인 932개 생활구간에 연간 지방비 23억원을 들여 추진한다. 이로 인해 섬주민 5만 여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지자체의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여객선 공영제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섬을 잇는 바닷길은 오늘날 급변하고 있다. 육지와 섬을 직접 연결하거나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연도교가 활발하게 건설되면서 연안여객선 항로를 폐쇄하거나 이용객이 대폭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목포항을 통해 완도, 해남, 진도, 신안의 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항로는 연륙·연도교의 개통, 경제성 등의 요인으로 육지 중심의 항로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섬사람들에게 과거 바다 의존적인 삶의 방식에서 오늘날 육지 의존적인 삶의 방식으로 강하게 변화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인접 큰 섬을 중심으로 다도해의 수평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나, 선박의 발달과 경제성 논리로 인해 가까운 항구도시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수직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예컨대, 천사대교의 개통은 신안 중부권 섬들이 항구도시 목포와의 관계성을 약화시키고 더 큰 시장이 있는 광주와의 관계성을 점차 강화시키면서 섬주민들의 삶의 방식도 도시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섬의 정체성은 어떤 바깥 세계와 어떠한 관계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왜냐하면, 섬의 정체성의 변화는 섬에 살고 있는 주체의 의식변화 속에서 점차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섬을 잇는 길은 경제성과 편리성으로 연결하는 것보다 그 주체들의 삶을 고려하면서 만들어져야 한다.

글/박성현(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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