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개막
‘디-레볼루션(d-Revolution)’ 주제
10월 31일까지 60여일 대장정 돌입
변화 물결 속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소독게이트 등 코로나 방역체계 완비
행사장 화장실 위생·청결 개선 필요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관람객들이 1관 주제관에 전시된 ‘Fron Color to Eternity’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검은 장막을 걷으며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입에선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눈앞에 펼쳐진 디자인의 예술적 향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흔히 책상·의자·소파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품만을 디자인으로 한정했던 기존의 편견이 사라졌다. 거울의 방을 연상케 하는 공간 속에 색색의 종이를 활용해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은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하며 보는 이들에게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했다.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 디자인을 통한 신선한 감동 등 다채로운 감정을 마주한 것이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대한 첫 인상이다.
4차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의 물결 속에서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제9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60여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디-레볼루션(d-Revolution)’이라는 주제로 광주비엔날레관 전시장과 광주시립미술관·광주디자인진흥원 등지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자인 통해 팬데믹 시대 위로
본전시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관 전시장은 ▲주제관▲국제관▲AI관▲체험관 ▲지역산업관 등 5개관으로 나눠, 세계 50여 개국 작가 421명과 포르쉐와 기아차 등 국내·외기업이 참여해 1천3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시작점인 주제관은 환경과 자연, 인간의 감성 등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광주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작품 ‘투힐미’이다. 빔프로젝트를 통해 오월광주를 상징하는 이팝나무 영상이 벽면 곳곳에 투영되면서 전시 공간은 이팝나무 꽃향으로 가득 채워진다. 전시 공간 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을 얻는 듯 하다.
미로 형식으로 구성된 주제관은 장막을 걷어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펼쳐져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주제관을 나와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덥 레볼루션’를 콘셉트로 한 국제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제관의 묘미는 일부 작품을 관람객이 직접 듣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테이블에 앉아 스펨프를 찍어보기도 하고, 또다른 관람객은 뮤지컬 꽃병을 두드리며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본다.
구름다리를 건너 옆 건물로 이동하면 디지털 혁명 속에서 인공지능을 매개로 한 인간과 기술의 컬래버레이션 작품들이 전시된 AI관이다. 이곳에선 환경·교통·교육 등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든 첨단 ICT 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의 축소판을 만나볼 수 있다.

AI관 2층은 일상 속에 녹아든 진화된 디자인의 혁명을 만나볼 수 있는 체험관이다. 예술의전당이 세계최초로 선보이는 광주비엔날레 명예홍보대사 조수미의 미니콘서트가 웅장한 사운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홀로그램과 미디어아트를 접목시켜 재탄생한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밤의 여왕 아리아’ ‘인형의 노래’ 등 실제 공연을 방불케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외에 기아차와 포르쉐 등 국내외 기업의 다양한 전시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본전시장 마지막 코스인 지역산업관은 ‘디자인을 통한 광주의 혁명’이란 주제로 ▲지역 주력산업 양산제품 ▲광주 뷰티·코스메틱 비즈니스 존 ▲광주 문화산업존으로 구성됐다. 광주 디자인 기업의 제품 가치와 지역예술가들의 예술정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코로나19 방역 이상 無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 속에서 개막한 만큼 안전한 행사 진행을 위해 방역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전시관 입구마다 자동소독게이트와 체온측정기, QR코드 등을 설치해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방역 전담요원을 상시 배치해 시설물 소독에 나선다. 또한 지능형 로봇 ‘제타뱅크’가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역과 공기청정을 돕는다. 또한 대면 전시 해설 서비스 대신 모바일 전시해설 서비스인 ‘큐피커’를 도입해 관람객의 취향에 따라 해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손님맞이 ‘옥의 티’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시작은 순조로워 보였지만, 국내외국인 관람객을 맞이하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발견됐다. 손님맞이에 있어 신경써야할 공간이 바로 ‘화장실’이다. 지저분하거나 악취가 올라오면 손님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공중화장실은 세면대, 변기 레버, 화장실 문고리 등 모든 설비가 이용자와 직접 접촉하므로 위생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개막 첫날부터 행사장 공용 화장실은 입구에 쓰레기 봉투가 방치돼 있고, 변기 일부는 막혀있어 국제행사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바닥은 개막 준비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인트 등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저분했다. 이날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 조유정(28·북구 용봉동)씨는 “화장실은 집안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방문하면 그곳의 실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입구에 들어선 순간 너무 더러워 멈칫했다. 명색히 국제행사장의 화장실이 방치된 시골 화장실과 같아 광주시민인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