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발표
전통시장 상인·자영업자들 ‘한 숨’
“2명 더 늘었다고 달라질 건 없어”
“매출 줄었는데 어려움 가중” 호소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3주간 연장키로 결정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매출 타격을 또 다시 견뎌내야 한다는 위기감에 불만이 가득했다.
지난 15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설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해야 할 양동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마저 돌았다.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한 채 외롭게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상인들은 입김이 나오는 날씨 속에서도 상품을 팔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방한복을 겹겹이 입고 털모자, 목도리로 무장해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렸다.
상인들은 목청껏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지만, 행인들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없다 보니 상인들 대부분은 가게 안에 앉아 난로를 쬐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7년째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아 보여도 정작 사가는 양은 별로 없어서 가게 매출은 크게 줄어들었다”며 “정부가 5인상 모임금지에 이어 내일 모레(17일)부터 7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으니 올해도 설 대목은 글렀다. 가족들끼리 모일 수가 없으니 물건을 사는 양도 줄어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모임 금지 인원을 완화했지만 5명이나 7명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명절에도 사람들 모이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음날인 16일 오후에 찾은 북구 말바우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장을 찾은 몇 되지 않는 손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둘러보기만 할 뿐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들도 상당수였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명절 전에 물건을 많이 가져와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선물 수요까지 줄고 있어서 얼마나 쌓아야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자칫 가져온 물건들이 안 팔리면 신선도만 떨어

진다. 작년에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설 대목도 다 끝났다”고도 했다.
이처럼 ‘전통시장 명절 특수’는 옛말이 됐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7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계속되면서 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사적모임 최대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완화했지만,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라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한다.
북구 용봉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주변만 봐도 임대가 붙어있는 상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거리두기에 금리 인상까지,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만 커지고 있다.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지 정부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구 농성동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56)씨는 “우리집은 저녁 회식 손님이 주 고객인데 모임인원이 늘어나서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밤 9시까지 밖에 문을 열 수 없기에 얼마나 사람들이 찾아올 지는 알 수 없다”고 노심초사 심정을 전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