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고려인 4세 청년 조각가
권아르뚜르 씨 무상 기증 제안
최근 광주 방문해 기념비 구상
국내외 방문객에 볼거리 기대

고려인 청년 조각가가 광주고려인마을을 방문해 지난 2017년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해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서울공원’ 정문에 세워진 ‘고려인정착 80주년 기념비’ 기증을 제안했다.
8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권아르뚜르(28)씨는 우즈베키스탄 서울공원 ‘고려인정착 80주년 기념비’를 직접 제작한 조각가다. 그는 현재 국내 입국 후 경남 김해에 거주하고 있다.
권씨가 기념비 기증을 제안하게 된 것은 지난 1월 고려인마을이 추진하고 있는 홍범도공원 조성사업 소식을 듣고서다. 그는 “공원에 홍범도장군 흉상과 더불어 고려인정착 80주년 기념비가 세워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무상 기증을 제안했다.
지난 6일 고려인마을을 방문한 권씨는 먼저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장과 고려인마을지도자를 만나 기증사유를 설명한 후 기념비가 세워질 다모아어린이공원 현장을 돌아보며 기념비 크기와 제작시기를 협의했다.
고려인마을은 홍범도공원조성추진위원회(위원장 홍우표)와 협의한 후 기념비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념비 설치가 결정되면 오는 6월 조성을 끝낼 홍범도장군 흉상과 함께 광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의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려인정착 80주년 기념비는 소련 강제이주가 시작된 1937년 우즈벡에서 역경을 딛고 정착한 고려인들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다. 1930년대 후반 당시 고려인 약 17만명이 소련에 의해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됐다. 현재 중앙아시아에는 고려인 약 5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 가운데 18만명이 우즈벡에 거주하고 있다.
기념비에는 ‘고려인 이주 80주년을 즈음하여 고려인들을 따뜻한 친구로 맞아준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글귀가 한국어·우즈벡어·러시아어로 새겨졌다. 또 상단에는 고려인이 이주하던 해인 ‘1937년’이란 명패가 붙은 기차가 그려졌다. 기차 아래로 한복을 입은 고려인 가족과 전통의상을 입은 우즈벡 가족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과 우즈벡인이 고려인에게 빵을 건네는 모습도 있다.
한편 현재 기념비가 세워진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벡 방문을 계기로 세워진 곳이다. 타슈켄트시 거주 고려인들이 한민족의 자긍심 고취와 고려인의 애환을 달래줄 서울공원을 조성해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서울시는 2012년 12월에 착공해 2014년 5월 준공했다. 이후 ‘고려인정착 80주년 기념비’는 2017년 세워졌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