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뒤끝’…등 돌리는 공천 배제·낙선자
“2년 뒤 두고 보자”…장악력·리더십 부재 노출
文정부 고위직·비례 의원, 차기 총선 출마 채비

 

연이은 선거 패배로 2년 뒤 총선을 준비하는 더불어민주당 광주 국회의원들의 지역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3·9 대선 패배와 6·1지방선거 광주 공천 잡음으로 2년 뒤 총선을 준비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로 민주당 인사들의 입각이 어려워져 문재인 정부 고위직들의 총선행이 거론되는데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불만을 가진 경선 탈락 후보자들의 뒤끝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역 장악력·리더십 부재, 민주당 탈당으로 인한 지역위원장 2곳 공석 사태, 지방선거에서 보여 준 민주당에 대한 광주민심 ‘회초리’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벌써부터 지역 의원 대폭 ‘물갈이’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민주당 김경만 국회의원(비례)이 18일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갖는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광주에 사무실을 열고 지역 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례’로 지역구가 없는 그는 차기 총선 출마지를 물색하다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 지역구인 서구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총선행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광주 인성고를 나온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인성고 동문의 지지를 업고 동남갑 출마가 자천타천 거론된다. 안도걸 전 기재부 2차관은 동남을을 눈여겨 보며 광주 지역구 몇 곳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광주 광산이 고향인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은 광산 지역구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남 담양 출신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몸 담은 양부남 전 광주고검장의 총선 출마설도 나온다. 양 전 고검장은 고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구 갑에 더해 북구 을, 동남 갑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설이 정가 안팎에 파다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주 서구청장 경선에 나선 황현택 후보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관계로 서구을 지역구 출마설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 고위직 간부도 차기 총선 출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느 지역구를 선택할 지에 지역 정·관가의 이목이 쏠린다.

이밖에 지난 총선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지역 정치인,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낙마한 일부 인사 등도 차기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미 물밑전이 치열하다.

벌써부터 잠재적 경쟁군의 차기 총선 출마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역 의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특히 초선이 다수인 광주 지역의 경우 6·1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제 사람 심기’에 실패하거나 불필요한 공천 잡음을 남발하면서 리더십과 지역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북구갑은 바닥 지지세 동력으로 볼 수 있는 기초의원 두 곳을 무소속이 가져갔는데, 모두 민주당 북구 갑 지역위 출신이다. 이 중 한 의원은 시의원 경선에서 패배하자 이에 불복, 당을 탈당하고 체급을 낮춰 당선됐다.

북구을은 경선을 앞두고 광역의원 공천배제를 고민하다 파장이 일자 추후 번복하며 지역위원회 안팎이 시끄러웠다. 뒤늦게 일부 광역의원 지역구 단수공천을 강행하며 ‘내 사람 챙기기’에 나섰지만 공천에서 멀어진 이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남갑과 동남을은 지역위원회의 지지세력 밑천이 드러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지방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경선 과정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믿고 있었던 초선 의원들의 지지세력이 ‘빈 수레만 요란했다’는 것이다.

실제 동남갑, 동남을 지역구는 광역의원 경선에서 지역위원장 복심으로 분류되는 지역위 핵심 인사가 지지했던 후보들이 낙마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역위의 예상과 반대로 당선증을 거머쥔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서운함을 곱씹으며 차기 총선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스탠스를 취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구갑과 광산갑은 공천에서 탈락되거나 배제된 후보들의 반발이 여전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 지역구인 서구을은 민주당 내 무주공산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4~5명 후보군이 벌써부터 오르내리는 등 현역 의원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광산을도 민형배 의원이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안 강행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지역위원장 공석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지난 총선 당시 맞붙었던 경쟁자들이 리턴매치를 노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선거에서 최저 투표율로 보여준 광주 민심 이반도 심상찮다. 지난 대선 당시 전국 최고 투표율을 보이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힘을 실어준 반면 불과 석 달 만에 역대 최저 투표율인 37.7%를 기록하며 무관심으로 민주당을 심판한 광주 민심은 여전히 부글부글하다.

이는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실망감, 혁신과 쇄신을 외치면서도 정작 경선이 곧 당선인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줄 세우기와 불공정 논란이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생이 민주당 일색인 의원들 입장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치열한 공천 경쟁에 더해 등 돌린 민심마저 달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틈새를 파고들며 서진정책을 앞세운 여당 국민의힘의 도전도 매섭다. 국민의힘은 대선·지방선거 선전에 힘입어 차기 총선에서 광주 지역구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는 방침이어서 재선·삼선을 향한 현역 의원들의 도전이 순탄하진 않을 전망이다. 정가 안팎에서 절반 이상 대거 교체설까지 흘러나오는 이유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치르며 나타난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과 낙선 인사들과의 반목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수가 초선인 만큼 지역 장악력이 아직은 약하다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 따라 차기 지역 정치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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