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순천시 ‘단독 신청’ 입장 고수
道 주관 공모 목포대만 참여 불가능
“30년 숙원 해결 스스로 걷어찰 우려”
국회의원 등 정치권, 중재 역할 필요
“‘내 지역으로’ 보다 도민 전체 생각”

전라남도의 최대 현안인 국립 의대 신설이 삐걱대고 있다. 전남도가 기존 목포대-순천대 통합 의대에서 공모를 통한 단독 의대로 국립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 순천대 총장과 순천시장의 직접적인 반발에 부닥치면서다. 전남도의 의대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목포대와 달리 순천대는 독자 신청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순천대와 순천시 등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전남 의대 신설이 자칫 백지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순천대 “의대 공모 불참”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영록 지사는 지난 18일 이병운 순천대 총장, 노관규 순천시장,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과 만나 국립 의과대 추천 대학 선정 절차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이번 면담은 지난 15일 송하철 목포대총장, 박홍률 목포시장, 문차복 목포시의회 의장과 면담에 이어 대학과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됐다.
김 지사는 정부가 확정한 ‘전남도 국립의대 신설 추진’을 구체화하고 완성하기 위한 정부 추천대학 선정 절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전남도, 순천대, 순천시, 순천시의회는 5월 대학의 입시요강 발표 전에 전남지역 국립대학의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받기 위해 함께 노력키로 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할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가 컸다.
순천시와 순천대 측은 “전남도는 대학을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의대설립 절차는 법적 권한이 있는 교육부에서 진행해야 지역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남도의 의대 선정 공모 불참 의사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날 면담에 앞서 순천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도의 의대 선정 공모에 대해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과열 경쟁을 유발하고, 양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며 철회를 요구했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노관규 순천시장도 “법률·행정·정치적 문제가 다 걸려 있는데 어떻게 무시하고 의대 선정을 합의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공모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대승적 차원서 협조 필요”
전남 의대 신설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렸던 전남도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전남도의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목포대와 달리 순천대가 독자 신청 입장을 밝힘에 따라 공모 방식에 의한 의대 유치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남도의 공모에 목포대 홀로 참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지난 16일 언론과 간담회에서 “공모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인데 그런 일이 벌어지겠냐”면서 공모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동시에 순천대의 공모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현재 의대 선정을 위한 공모 외에는 딱히 다른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김 지사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신설 추진을‘공모’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며 전남 전역 의료 완결성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도민들의 협조를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지사는 “우리 도의 의과대학 설립은 정부 의대 증원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는 긴박한 상태”라며 “일각에서는 공모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모를 통한 추천 대학 선정 방식을 대체할 어떠한 대안도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어느 대학에서 할지를 전남도에서 의견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라는 윤 대통령 약속과, “지역 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청하라”는 국무총리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도 차원에서 의견을 정리해서 건의하라”는 복지부 차관의 언급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는 정부가 전남도에 추천 대학 선정을 공식 요청한 것이며, 법률 자문 결과에서도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절차로서 적법 타당하고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소지역주의·불필요 경쟁 벗어나야”
지역사회에서는 소지역주의나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전남도와 지자체, 양 대학의 지속적인 공조와 협력을 통해 의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전남 의대 신설을 언급한 이후 어렵게 마련된 180만 전남도민의 ‘30년 숙원’ 해결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차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남도의회 차영수 운영위원장(강진)을 비롯해 도의원 10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가 의대 신설 대학 추천을 위한 방식을 공모로 결정한 이후 목포대와 순천대 간 유치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더욱이 대학간 갈등을 넘어 동서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국립 의대 신설은 30년 만의 기회다”라며 “갈등이 장기화되면 꿩도 매도 놓치게 되는 만큼 지자체와 정치권, 대학이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해야 할 지역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동·서부권 국회의원 10명이 한목소리로 전남도의 공모 방식 의대 신설에 힘을 실어줄 경우 향후 절차는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 관계자는 “앞으로 의대 정원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면서 정부 추천 대학 선정을 위한 용역기관 선정과 함께 추진 과정에 순천대학교가 참여하도록 시간을 갖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