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정(한국교원대 연구교수, 전 광주서부교육장)

유아들은 지능형 장난감들을 가지고 논다. 장난감들이 내장 기술을 이용하여 아이의 습관, 기호, 발육도 등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포착하여 이를 부모들에게 제공한다. 학생들에게는 가상 가정교사가 개인별로 배정된다. 가정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을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학생의 감정과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 대화를 나눈다. 가상 가정교사는 학생들이 접근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필터링하고, 주목할 만한 일이 있으면 학부모와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전송한다. 학부모들은 어느 장소에서나 이동 비디오 컴퓨팅을 통해서 자녀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교사들은 그룹단위로 학습하는 학생들이 각자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는지, 그리고 협력 수준은 어떤지를 중앙 집중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하면서 과제를 완수하도록 도와준다.
이 이야기는 최근 여수에서 개최된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던 미래교실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이것은 20여 년 전에 예측한 것이다. 2002년 9월 미국 상무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인 ‘비전 2020’은 새로운 학습과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 것인가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시나리오 형식으로 제시했으며, 앞의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교육 부문에서 직접 발표한 내용 중 일부이다. 예측대로 되었다면 당시의 미래는 오늘 우리의 학교에서도 실현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년 전의 예측은 오늘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교육으로 남아 있다.
■미래교육에 대한 희망과 걱정
학교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에서 미래는 항상 중요한 과제였고, 특히 21세기 진입을 전후하여 미래교육 과잉시대라고 할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넘쳐났다. 최근 필자가 경험한 미래교육 관련 행사들만 해도 몇 개나 된다. 전남교육청의 미래교육박람회,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의 생성 AI 관련 출판기념회, 그리고 근무하는 대학에서 직접 토론에 참여했던 미래교육 콜로키움 등이다.
이렇게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둘수록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미래라는 단어 때문에 현재의 학교교육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미성숙한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교육에서는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의 기본이 되는 교사, 학생, 교육내용의 3요소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학력과 인성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교사, 미래 성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가인 교사의 지도를 받는 학생, 그리고 미래에 필요한 기본지식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교과서의 역할이다.
그런데, 미래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학교교육 3요소의 기능을 다르게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기본적인 교과 지식을 경시하거나, 학생주도적 학습만을 강조하면서 교사의 전문적인 교수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학년과 교과별로 체계화되어 있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체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학교 자체의 역할까지 약화시키는 탈학교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교육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며
학교교육은 과거의 지식체계에 기반을 두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되 현재에 실천하는 전문적인 활동이다. 20여 년 전의 미래교육 비전을 발표했던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직접 신설했던 필라델피아 미래학교 사례를 통해 학교교육의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해 보자. 최첨단 교육환경을 갖추고, 교과서 없이 노트북 컴퓨터로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너무 낮게 나와 3년만에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는 실패학교로 전락했다. 결국 교사의 수업주도성 회복, 교과서와 평가 재도입 등 교육의 기본으로 복귀함으로써 폐교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교육이 당면한 문해력 약화, 전반적인 학력저하, 학교교육 불신, 교권추락 등의 문제들은 학교교육의 기본이 흔들린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교사, 선생님의 지도에 감사하면서 따르는 학생들, 학교교육의 현실을 이해해 주는 학부모, 그리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지원해 주는 교육행정이 희망찬 미래교육을 보장하는 학교교육 내실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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