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일(전라남도 사회재난과장)

전라남도의 인구는 지난 30년간 약 70만 명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더욱 암울한 것은 노인 인구가 너무 많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전체인구의 26.1%에 달한다. 몇년 뒤 전남이 사라질 지 모르는 위기다.
인구 증가의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면 공무원은 물론, 각종 지방사회 인프라가 쓸모 없는 것으로 전락한다. 공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밥그릇이 주민 수와 이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전남의 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 전남이 가진 자원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자.
첫 번째 자원은 섬이다. 전남은 2천여 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도시민이 지방이주 시 초기 사회안전망이 없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섬 어촌 이주때는 보통은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어촌에는 일자리와 소득의 계절 편중이 덜하고, 활동 즉시 소득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자원은 노인이다. 현재 전남에는 47만여 명의 노인이 있고, 고령비율은 26%가 이미 넘었다. 도내 노인인구를 마중물 삼아 전국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유치할 수 있는 실버산업(요양원 등)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청년인구 유치도 가능하다. 1단계로 도시형 정주여건이 갖춰진 시·읍에 노인인구를 집적화해 실버복지 체계를 구축한다. 복지예산, 지방소멸기금 등을 집중 투자해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2단계로 국가예산투입, 민간자본유치로 시설 및 운영을 원활히 하고 수도권 노인인구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다. 전략적으로 보험·금융권 등과 연계해 장례 등 실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3단계로 실버케어 일자리로 도시 청장년층의 생활 정착이 가능하도록 취업을 포함한 생활서비스를 지원한다.
세 번째 자원은 값싼 부동산이다. 전남은 수도권보다 주택·농지 가격이 저렴하다. 수도권 주민이 전남 이주 시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충분한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남의 각 마을에 텃밭이 딸린 주택을 1억 원 수준으로 규격화하고, 수도권 도시민에게 매각하는 시책을 건의한다. 이는 향후 ‘관계인구’ 차원의 잠재적인 도시민 유치에도 활용할 수 있다. 도시민은 저비용으로 안락한 전원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곧장 이주하지 않아도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전남의 주택 실거래가는 평당 562만원으로 서울의 19.9%, 경기의 41.1%, 전국 평균의 43.1% 수준이다. 빈집의 경우 더욱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지의 공시지가도 ㎡당 1만2천975원으로 경기의 12.5%, 전국 평균의 34.5% 수준에 불과하다.
2030세대의 ‘나다움’ 추구는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시대의 선언과 같다. 수도권의 비싼 토지와 주택에 절망적이던 젊은이들에게 전남의 값싼 부동산은 획기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적 요소이다.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나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트렌드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우선 전남의 활용 가능한 자원을 보여주고, 이를 지역일자리와 결합시켜 주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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