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로 좌측 출구 진출…고속주행車 ‘씽씽’
터널 통과 100m 내 진출…시야 확보 난망
교량 지역 미끄러짐 우려…사고 위험 심각
市, 안전시설물 설치·보완…‘미봉책’우려
“조급히 개통하기보다 안전 최우선 가치로”

 

지산유원지 방면 지산IC 진출로. 터널을 통과한 후 10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좌측 진출로가 있어 운전자들의 사고 우려 위험이 높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광역시가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 개통을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레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린다.

시는 개통 준비 막바지에 돌입하면서 14억 원을 추가로 투입, 안전시설물 등을 설치하며 만반의 채비에 나섰지만 교통 전문가, 시의회 등에서 사고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자 고심 끝에 개통 ‘속도전’보다는 ‘안전=최우선’이라는 시정 가치를 재확인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산IC 진출로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안전 위험성이 더욱 큰데다 주민 민원을 이유로 수 차례 결정이 번복되는 등 곡절을 겪은 것으로 확인돼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행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 민원에 ‘오락가락’…사고 위험 ↑=광주 제2순환도로에서 무등산, 광주 법원 등으로 향하는 지산 IC 진출로 설치는 제2순환도로 1구간 설계에도 포함됐던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제2순환도로를 조성할 때는 현재 진출로가 설치된 장소가 아닌 각화 램프 인근에 지산 IC 진출로를 만들기로 계획됐다. 그러나 당시 진출로가 예정된 장원초 인근 공동주택 거주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지산유원지 인근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이유로 진출로 설치를 건의해 재논의됐으나 진출로 예정지역 인근 주민들이 다시 한번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유야무야되던 지산진출로 IC 설치는 지난 2016년 제2순환도로 1구간이 최소운영수입보장방식에서 투자비보전방식으로 재구조화되면서 새국면을 맞게 됐다.

제2순환도로 1구간 민자 법인인 광주순환도로투자는 광주시와 재구조화 협약을 통해 조건으로 지산IC 진출로 설치, 하이패스·방음벽 설치 등에 100억 가량을 투입키로 약속했다.

협약이 맺어지면서 다시 재개된 지산IC진출로 설치는 민원 지역이 아닌 다른 장소로 변경이 검토됐고 그 결과 산수터널과 지산터널 사이가 진출로 설치 지역으로 확정됐다. 터널을 바로 지나 진출로로 빠져나가게 돼 있어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조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2016년 3월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해 산수 터널과 지산 터널 사이 지원~두암(상행) 방면·두암~지원 방면(하행) 두 개의 ‘우측’ 진출로를 내기로 했지만 또다시 주민 민원에 가로막혔다.

같은 해 10월 진출로 인근 원룸 거주민 등과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소음 피해, 분진,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방향을 좌측으로 변경해 달라는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또 다시 ‘좌측’ 진출로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운전자 ‘안전’이 최우선돼야 하지만 주민 민원을 이유로 위험한 지역인줄 알면서도 수 차례 진출로를 변경하는 ‘오락가락’ 행정을 벌인 셈이다.

◆위험성 얼마나 높나=곡절 끝에 최근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지산IC 진출로는 독특한 도로 구조 탓에 교통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산 IC 진출로는 총 두 곳으로 지원~두암 방면(상행)·두암~지원 방면(하행)이 있다.

두 곳 모두 우측 차로를 이용해 진출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1차로를 통해 좌측으로 진출하도록 설계돼 진입 혼란이 불가피하다. 즉 좌측 방향으로 차량이 진출하기 때문에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정반대 개념이다.

제2순환도로 1구간이 자동차 전용도로라 1차로가 추월차선이 아닌, 주행차선이지만 운전자 인식은 고속주행 구간인만큼 사고 위험이 높을수 밖에 없다.

시는 전국적으로 서울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국도29호선 화순 람덕마을, 무안~광주고속도로 무안공항IC 등이 좌측 진출로를 이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하지만 지산 IC 진출로 구조는 터널을 지나 10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곧바로 진출로가 이어져 있어 안전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터널 내에서는 차선변경이 불가능한 만큼 지산IC를 진출하는 차량은 터널 진입 전에 1차로로 미리 변경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도 사고 위험을 높인다. 자칫 뒤늦게 IC 진출을 위해 터널 내에서 무리한 차선변경을 할 경우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

특히 터널을 지나 2,3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뒤늦게 진출로를 발견할 경우 급하게 1차선으로 변경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1차로를 타고 오더라도 어두운 터널을 막 지나쳐와 시야확보가 불안정한 상태인 만큼 진출로 진입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진출로에 진입하더라도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타 지역에 설치된 좌측 진출로는 평면도로라 시야 확보가 용이하지만 지원~두암(상행) 진출로의 경우 내리막길인만큼 운전자가 코너링을 돌 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두암~지원 방면(하행) 진출로는 겨울철 미끄러운 교량이라 블랙 아이스에 따른 사고도 간과할 수 없다. 일부에선 진출로만 있을 뿐 순환도로 진입 차로가 없어 역주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설물 14억 투입했지만 여전히 안전 우려=광주시도 이같은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개통을 대비해 14억 원을 추가로 투입, 전광판 등 안전시설물을 설치했다. 도로 바닥에 분홍색 안내차선을 만들고, 곳곳에 LED표지판도 설치했다.

시는 운전자 혼란과 사고 방지를 위해 지산IC 전방 2㎞부터 1차로 제한 속도를 시속 90㎞에서 70㎞로 줄이고, 1㎞ 지점부터는 시속 50㎞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3차로는 시속 90㎞에서 70㎞로 줄일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동일 도로에서 전 차로가 동일 속도제한이 아닌, 차로별 제한 속도가 다른 것도 운전자들의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문제가 지속 제기돼자 급기야 이용섭 시장은 개통을 10여일 앞둔 지난 5일 세부 사항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진출로 현장을 둘러봤다.

6~7일 주말 이틀새 고심을 거듭한 이 시장은 “시정 최우선 가치는 안전”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8일 과감하게 ‘개통 연기’를 발표했다.

“15일 개통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민과의 약속도 소중하지만 운전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춘 셈이다.

광주시가 ‘개통 연기’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광주시의회의 숨은 역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교통 전문가인 이정환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이달 초부터 시 담당 국장, 과장 등과 만나 수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5일 이 시장을 직접 면담해 사고 위험성을 설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안전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개통을 연기하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추가로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정환 산건위원장은 “각종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통을 한다고 해 걱정이 앞섰지만 개통을 연기하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향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다각적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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