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송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코로나19가 확산이 지속되면서 승무원으로 일하던 조카가 퇴사 후 새로운 길을 나선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새로운 회사로 이적도 하고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승무원으로 일할 때 아무래도 승무원이 천직인 것 같다며 웃던 아이가 쇼호스트로 변신 후 TV에 나오는 모습이 얼마나 반짝 반짝 빛이 나던지. 요즘 밤낮을 모르고 조카가 나오는 홈쇼핑을 틀어 놓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던 조카가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예쁘고 뿌듯하던지 게다가 또 어쩜 설명을 그렇게 잘하는지 벌써 조카가 방송한 물건을 몇 개째 사고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조카를 보기 위해서만 틀었던 홈쇼핑을 요즘은 가끔 그냥 틀어 놓고 있다. 이유는 쇼호스트들의 말솜씨때문이다. 조카 뿐 아니라 숙련된 쇼호스트들의 제품 설명을 듣고 있자면, 같은 말이라도 얼마나 예쁘고 조목조목 잘 이야기 해주는지 내가 다 홀릴 지경이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맞아, 내가 갖고 싶었던 매력이 저런거였지. 나와 내 아들딸이 가졌으면 하는 매력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나는 솔직함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가식없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 주는 것들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거침없이 표현하고 다녔다. 그런 내 주변에는 늘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 당당하게 표현했고, 그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 솔직함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힘들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게 양날의 검처럼 그 장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입히는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양날의 검을 예로 들다 보니, 그 검을 쥐고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쩔쩔 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선 후보들이 생각난다.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그 표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뒤늦게 깨닫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올해 선거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치뤄지는 대선인 만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실시간으로 확인이 되고, 가족 및 주변 지인들의 각종 비리나 루머들이 떠돌고,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이슈가 된다. 그래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든, 지지하지 않는 후보든 요즘 단어를 선택하거나 인터뷰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조금 더 고민하거나 좀 더 부드러운 단어를 선택해도 좋을 텐데.. 하는 그런 마음일 것이다.

국민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들어주고, 상처입은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말 한마디면 참 좋을 텐데, 어느 순간 서로를 공격하고 흠집을 내기 위한 말들이 난무하는 선거판을 보면서 참 슬프기도 하다. 왜 올해의 선거가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해야하는 선거’가 되고 있는지도 알 듯하다. 후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우리가 듣고 싶고, 또 지킬 수 있는 말을 해준다면 어떨까.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쫓고, 좋은 일을 몰고 온다는 동물이었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한 만큼 오래 지속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되기를 바란다. 장기화된 코로나 19로, 매서운 추위로, 또 여러 상황들로 굳게 닫혀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꼭 당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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