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창(광주광역시의회 의장)

#‘반쪽짜리’ 인사권 독립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되었고 의원 2명당 1명의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다. 지방의회 위상 강화로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하지만! 현실은 허울뿐인 ‘반쪽짜리’ 인사권에 그치고 있다. 지방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은 의장에게 넘어왔지만, 조직권과 예산권은 여전히 집행부에 있다. 무늬만 독립인 셈이다.
지방자치법 제103조에 따라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이 가능할 뿐, 부서 신설이나 부서별 인원 조정은 불가능하다. ‘조직구성권’이 없기 때문에 의회 자체적으로 인원을 더 충원할 수 없다. 지방의회 운영을 위한 ‘예산편성권’도 집행부에 있다.
제9대 광주광역시의회도 8월 첫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권 독립이후’ 첫 인사권 행사라는 기대와는 달리 결원 충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인사 재배치’였음을 고백한다.
#시의회 2% 대 집행부 98%
올 광주광역시 공무원 정원은 총 4천190명이다. 광주광역시 공무원 정원 조례 등에 따라 시의회 사무처 정원은 80명, 집행부는 4천110명이다. 인력 규모에서 광주시 전체 공무원 중 98%는 시장을 보좌하고, 나머지 2%가 시의원들을 보좌하는 ‘강(强)시장-약(弱)의회’ 구조다. 시의회 사무직원을 1명 늘리려면, 집행부 직원 1명을 줄여야 한다. 시의회 주무관 1명이 승진하면, 집행부 주무관 승진 자리 1개가 줄어든다. 광주시 공무원 정원 한도 내에서 시의회-집행부 간의 제로섬(Zero-Sum) 정원 경쟁이다.
시의회-집행부 간 정원 경쟁을 막는 근본해법은 독자적인 예산권과 조직권을 갖는 ‘지방의회법’과 ‘지방정부법’ 제정 등 ‘파이 키우기(Grow the Pie)’이다. 장기적인 근본해법 모색과 더불어 단기적인 자구책도 강구해야 한다. 자치분권 2.0시대라는 시민의 기대에 빠르게 응답하기 위해 광주다운 단기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선, 강(强)시장을 보좌하는 집행부 인력의 일부를 약(弱)의회에 양보함으로써 현재 광주시 전체 공무원의 2% 수준인 의회사무처 인력을 단 1%라도 늘리는 ‘긴급 수혈’이 급하다. 의원 수의 1/2까지 채용하는 정책지원관 만으로는 의정수요를 감당하기 버겁다. 민선8기 시 조직개편에 따른 의정활동 수요도 늘었다. 주민조례발안법, 주민소환법 등의 개정으로 새로운 의정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추진할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긴급 수혈’은 집행부-의회 간 소통·협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광주시의회와 집행부, 두 수레바퀴의 크기가 너무 다르면 가고 싶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쉽지 않다. 두 바퀴가 비슷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사권 독립 원년, 시의회의 몸부림
9대 광주시의회는 반쪽짜리 인사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의회 차원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시의회는 8월말부터 ‘의정혁신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의회 위상과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기진단’ 이자 ‘혁신의 몸부림’이다. 의정혁신추진단은 시의회의 조직(인사)·공간(시설)·제도(조례) 등 3개 분야 혁신과제와 대안을 마련해 내부토론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집행부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시의회-집행부 간 소통과 협치를 위한 ‘긴급 수혈’과 온전한 지방의회 독립을 위한 시의회 ‘의정혁신추진단 활동’에 조언과 응원을 기대한다.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를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