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저항 의식 바탕 1904년 학교 설립
한일합병 후 일제 수탈 맞서 투쟁 전개
박종협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 탄생 배경
독서·역사체험 등 통해 인성교육 집중

 

1904년 최초 설립된 전남 진도초등학교의 유구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4년께 100주년 기념탑을 세웠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진도초등학교 본건물 오른쪽에 수령 500여년이 넘는 소나무가 학교 수호신처럼 웅장한 기운으로 서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한반도에서 3번째로 큰섬 진도군. 지금이야 다리(1984년 진도대교 완공)가 놓여 섬이 아닌 섬이 됐지만 불과 4~50여년전만 해도 외지인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섬 생활이야 말할 것도 없을 만큼 힘들다지만 진도군은 과거 고려시대에는 배중손이 이끈 삼별초의 난이 실패로 끝나면서 말 그대로 지역이 초토화되는가 하면 끊임없는 왜구침략으로 여타 다른 섬들보다도 유독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고난과 역경의 시절이 쌓일수록 진도지역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이상의 애국심, 애향심으로 가득찼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으로 전국토가 유린당했을 때 이순신 장군과 그 휘하 장수들, 진도민들이 서로 협업해 명량대첩이란 기적의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지역·민족적 의협정신은 일제시대 항의저항 의식의 산물이 됐고, 100여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진도초등학교가 태동한 원동력이 됐다.
 

초대 안국선 선생을 필두로 진도초등학교 역대 교장들의 사진이 학교 100주년 기념사에 기록돼 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진도초등학교 탄생

지난 1895년 7월19일 고종(高宗)은 서당제도를 대체할 근대교육의 도입을 목적으로 소학교령을 발표했다.

때맞춰 진도군은 지난 1904년 진도읍 동외리 596번지 양사재(養士齋)에 진도초등학교의 전신인 광신학교(廣信學校)를 세웠다. 양사재는 선비를 양성하는 시설로 대개 향교 부속 교육기관을 의미한다.

광신학교 설립은 개화기 지식인이자 초대 진도초등학교 교장인 안국선(安國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안국선은 1898년 박영효 관련 역모사건에 연루, 체포됐다. 4년의 미결수 기간을 거쳐서 1904년 3월 종신유형을 선고받고 진도로 유배됐다.

당시 진도에는 강영화(姜英華)·강인필(姜仁弼) 등이 정부요인 암살주모자로 잡혀 이미 1900년부터 유배 중이었고, 정만조(鄭萬朝)도 1896년에 유배돼 있었다.

안국선은 이러한 지식인들과 교우를 맺기 시작했고, 박봉우·소문규·박영배 등 선각자들과 친목회를 만드는 등 계몽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썼다.

당시 신학문 개척자로 이름이 높던 안국선을 필두로 이들 지식인 및 지역 선비들은 선진교육을 통한 실력양성만이 독립에 이를 수 있다는 기치아래 광신학교 설립에 집중했다. 광신학교가 설립된 직후엔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교육이 본격 실시됐다.

광신학교는 1909년 3월 31일 조선통감부의 보통학교령에 따라 4년제 4학급의 진명학교(進明學校)로 이름이 바꾸면서 진도 최초의 공립보통학교가 됐다.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에 이어 1911년 조선교육령이 공포되면서 강제적 일어교육이 강요되는 등 친일교육으로 방향이 일부 선회됐지만 학생들 마음속엔 항일 정신이 뚜렷하게 살아남았다.

서병윤(徐丙潤)·송계성(宋桂星) 군수가 학교장을 겸임했던 진명학교는 1912년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은 뒤 1913년 현 위치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1920년부터 학제 개편에 따라 6년제 보통학교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다.

진도초등학교 1회 졸업생 배출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10년부터다. 당시 졸업생 수가 총 10명으로 확인됐지만 그 이상이란 증언이 나온다. 졸업생들 증언에 의해 당시 허백련 화백도 신입생으로 입학을 했단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30년대 무렵 진도초등학교의 모습이 사진첩에 남아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항일정신 무장

진도군은 한일합방 이후 많은 일본인들이 지역에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동양척식회사·조선흥업회사·식산회사 등 대자본을 바탕으로 지역 내 간척사업 또는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지역민들은 소작인으로 전락했고 수탈 대상이 됐다.

이는 항일정신으로 똘똘 뭉친 진도민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을사조약과 함께 진도에 가장 먼저 들어온 고미료스께가 간척사업을 진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총을 맞고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끝내 주동자는 잡히지 않았지만 초기 개척 이민자가 현지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란 점에서 1945년 해방 될 때까지 지역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항일정신의 토대는 1900년부터 1912년까지 항일투쟁 과정에서 체포돼 온 강영화, 강인필, 박윤식 등 12명 유배자들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당시 진도민들에게 투쟁을 하는 이유, 국제정세, 국민들이 지녀야 할 정신무장 등 의식을 키워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항일의식의 물줄기는 진도초등학교 출신 독립운동가 탄생으로 직결됐다.

박종협(5회 졸업생)·정경옥 독립운동가(9회 졸업생)는 박종협·김인수 등과 보향단을 조직, 활발하게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박종협은 일제 치하 당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우다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다.

이밖에도 여성 항일운동가였던 박종금(17회 졸업), 광주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박동인(19회 졸업)등 많은 진도초등학교 출신들이 항일투쟁에 몸을 던졌다.

 

 

 

진도초등학교 학생들이 독서를 하며 마음의 수양을 쌓고 있다. /진도초등학교 제공
말하기 교육 프로그램인 ‘1·3·5·10 학바시’ 에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진도초등학교 제공

◇미래 인재요람 기틀 마련

“금수강산 동반도에 남쪽하늘
우뚝솟은 철마산밑 우리학교는
진도의 인재를 길러내면서
한세기 역사를 빛어내었네
빛나도다 우리학교 진도초등학교
거룩하다 우리학교 만세만만세”

교가에 나온 가사처럼 진도초등학교는 인재육성의 요람으로서 명실공히 지역 중심 학교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진도초등학교는 지난 1904년 최초 학교가 설립된 이후 100여년이 넘는 역사속에 1만9천494명의 인재들을 배출했다.

항일·애국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학교인 만큼 진도초등학교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단순 지식만을 주입하는 여타 학교들과 달리 사람다움을 가르치는 인(仁)을 기반으로 한 인성교육에 특히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

이는 진도초등학교가 독서교육에 매진하는 이유다.

진도초등학교는 ‘책을 읽는 어린이가 세계를 이끈다’는 기치 아래 아침 사제동행 독서교육을 운영중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생각의 계단을 한단계 끌어올려 학생들 스스로 미래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 교육도 진행 중이다.

진도초등학교는 직업이 있는 학부모를 직접 초청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하고싶은 일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수 있도록 창의력을 길러주고 있다.

역사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에 열정을 쏟고있다.

진도초등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통일의 길 평화의 길이란 주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4·19혁명을 비롯해 5·18광주민중항쟁, 6·25전쟁 등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걷기대회 등에 참여하게 함으로서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고 올바른 의식을 세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취지다.

이밖에도 일상 속 배려하는 행동이 담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배려사진전’, 평소 필요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행복나눔 녹색장터, 다문화 민속놀이 한마당’ 등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토론과 말하기를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1~2학년 1분, 3~4학년 3분, 5~6학년 5분, 교직원 10분씩 말하기를 하는 ‘1·3·5·10 학바시’ 교육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김덕용 진도초등학교 교장은 “진도초등학교는 과거는 물론 현재도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지식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마음의 힘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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