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의 집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붙였고, 정보부장 직에서 해임된 이후에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평소 본래 살던 집도 비밀에 붙였지만, 해임당한 이후 기존 집도 버리고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미국 CIA나 미군 정보팀에 의존하는 일이었다. 학생회의 밀명을 받고 남궁현일은 며칠 후 정봉필을 찾았다.

“선배님, 김부장이 화원을 찾은 건을 알려준 건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문리대생 두 명을 잠복시켜 그를 손보려고 했던 것이 사실은 정봉필의 협조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내가 고맙제. 사고 없이 일을 끝냈으니 천만 다행이여. 그리고 봉변당한 그를 그애들이 도왔응깨 우리가 신의를 지킨 셈이 되었고 말이여.”

괴한의 습격을 받은 김형욱을 문리대생들이 구해서 결과적으로 도피시켜준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란디 말이여, 그 소식이 신문에 단 한 줄도 안나오는디 무슨 야료가 있는 것 아녀?”

그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고 남궁현일이 다르게 물었다.

“그의 거처지를 알 수 있습니까?”

“왜?”

“협력을 구할 일이 있습니다.”

“쫓기는 사람은 한번 다녀간 곳은 두 번 다시 오들 않아. 그것이 자기를 지키는 일로 아는 것이니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디 행선지나 거처지를 알으켜 주겠는가. 나한티는 영역 밖이여.”

“그럼 송마담을 만나게 해줘요.”

“송사장이 알깨미?”

“그래요. 송마담은 그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둘이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도 아닌디 알까 몰라. 단지 그는 미국ㅇ로부터 보호받으려고 로버트 타일러 장군과 선을 대려고 하는 것이여. 지금 그는 시궁창에 떨어진 썩은 감 신세여. 그런 사람을 송사장님이 상대하겄는가.”

“그러니까 로버트 타일러 장군을 통해 알아보면 될 것입니다. 미군 정보팀과 CIA는 그의 족적을 손금 보듯 보고 있을 겁니다.”

정봉필이 남궁현일을 송안나 방으로 안내했다. 남궁현일을 보자 마담이 반겼다.

“나한테 용건이있다고?”

남궁현일이 깊숙이 머리 숙여 인사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정부장은 나가봐.”

정봉필이 머쓱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자 그녀가 남궁현일에게 물었다.

“그래 용건을 말해봐요.”

“김형욱 정보부장이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린 것 같습니다. 그를 꼭 만나야 할 일이 있습니다. 로버트 타일러 장군이라면 그의 거처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무슨 일로 찾느냐니까?”

“네. 임자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친척의 혐의를 알고 싶어서입니다. 그가 간첩단 사건 내막을 주도하고, 일망타진 기자회견까지 했죠.”

송안나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안좌도의 염부 김한범이 뇌리에 와박힌 것이었다. 김한범은 간첩 혐의로 취조받은 끝에 의문의 사망을 했다. 의문사라고 했지만 고문사였다. 그녀 또한 취조관으로부터 어지간히 당했다. 옷이 빨가벗겨지고, 구둣발에 채이고,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정신을 잃었었다. 그 책임자가 그 사람이라...

그로부터 며칠 후 송안나가 남궁현일을 불렀다.

“그 사람, 아현동 고개 비밀 아지트에 숨어지내고 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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