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 모호했다.

“그렇게 대결적이면 우리들 군산업자들에게는 이익이지요. 긴장 관계가 강화되고, 반북적이면 군산복합체들이 살 판이 납니다. 하지만 양심을 가지고 본다면, 그건 민족과 국민에게 힘든 일 아닙니까. 공멸의 길을 가는 길 아닙니까?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가 밥이라는 것은 만고의 진리죠. 그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귀하는 반대의 길을 갔어요.”

코호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김형욱의 눈치를 살폈다. 김형욱이 발끈했다.

“당신 나를 시험하는 것이오? 나는 나라가 공산화되는 길을 막은 사람이오.”

그러면서 갑자기 그들을 안내한 사내를 불러들였다.

“김 비서, 들어와서 대신 좀 응대해주게.”

맞서기가 귀찮아서 뒤로 빠지겠다는 의도였다. 사내가 남궁현일과 코호트를 경계의 눈초리로 살폈다. 남궁현일은 김형욱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국민의 원성을 산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호트가 말했다.

“내 이제 민간인이 되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말하는데, 당신들은 북한 괴뢰집단을 막는다고 말하지만 본질은 경찰국가 운영 시스템이오. 히틀러 나치와 다를 바 없습니다. 범죄 아닙니까? 그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생만 강요할 뿐이지요.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볼 때, 야만과 광기의 역사모독이라고 비판하지 않겠어요?”

사내가 따졌다.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이죠? 남의 나라 일을 간섭하는 것은 분명 내정간섭이오.”

“내정간섭? 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말한 것이오. 당신들의 폭압적 구조는 미국도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평화, 배려, 관용으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내부적으로는 말이지요. 보편적 가치란 만민의 언어고, 만인의 덕목입니다. 그중 최상의 개념이 인권입니다. 천부의 인권을 말살하면 그가 아무리 큰 정치를 한다고 해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당신들은 정적을 가두고 탄압하는 구실로 용공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인권은 국적이나 종족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세계 만민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가치입ㅤㄴㅣㄷ.”

“세계의 분쟁지역에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소? 호전성은 미국이 더하지요. 반면에 우리 부장님의 행동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며, 각하를 위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런 역할을 하다 결국 쫓겨났잖습니까. 대통령에게 충성한 결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간첩몰이하면서 국민을 때려잡았습니다. 그런데 쫓겨났습니다. 학생 시위, 국민 저항을 간첩몰이하다 결국 퇴출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정보부장을 경질했다고 해서 열광할 것입니다. 그런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간질 하지 마시오. 혹시 당신 재야 세력과 연결된 사람 아니오?”

사내가 뚱딴지 같이 물었다.

“오해 마시오. 미국은 정책 수행에 있어서 다면적이고 중층적입니다. 박정희 정권을 관리하지만 야당에 대해서도 관리합니다. 그런데 집권 세력은 너무도 단순합니다. 미국인 종사자들에게 비굴할 정도로 엎드려 온갖 향응 베풀고, 선물 공세를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뜻이 관철되는 것으로 아른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정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일극주의를 지향하지만, 우방국이든 적성국이든 상대국에 대한 태도는 강온 정책이 존재한다. 인물도 강온 세력으로 나뉜다. 코호트는 한반도 전략에 관해 재야의 동향을 파악하며 기밀을 수집해왔다.

김 비서가 말했다.

“당신은 김부장의 반공 노선을 비판할 자격이 없소. 우리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지향하는 정책을 따랐으니까 말이오. 김 부장님은 다만 지금 미국으로 떠나고 싶은 겁니다. 그 일 때문에 타일러 장군을 찾았던 겁니다. 그 심부름으로 당신들 아현동에 오지 않았습니까?”

타일러가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타당성 여부입니다. 한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부장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바른 일인가, 과연 정당한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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