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의 여행이야기](8)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下
 

하늘·바다·산 ‘자연 예술’…눈에 ‘담고’ 가슴에 ‘품고’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해보니

칠흑같은 어둠 내려앉은 캄캄한 밤

우여곡절 끝에 예약 차량 인수 받아

지진으로 철로만 남은 ‘리틀턴 항구’

Mt Pleasant, 도시가 한눈에 ‘쏘옥’

나무기둥으로 제작된 정상 위 통신탑

에어포스 박물관, 다양한 항공기 전시
 

.정상에서 바라본 리틀턴 항구
.정상에서 바라본 리틀턴 항구

날짜가 5월 중순이니 이곳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오후 5시 정도면 해가 떨어져 바로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온다. 오클랜드에서 5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6시 30분 이곳 공항에 도착하니 온 세상이 캄캄한 밤이다.

예약한 차량을 받아야 하는데 막막하다. 이메일 받기는 5시 이후에는 근무자가 없으니 직접 셔틀을 호출해 차고지까지 이동하라는 내용을 받았으나 실제 전화해보니 ARS 기계음이 반복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공항 내 안내센터를 찾았으나 이미 퇴근 후라 아무도 만날 수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환전소 직원에게 부탁하나 본인도 모르겠다며 ‘쏘리 쏘리’만 연발한다.

현지인이라고 영어를 다 잘한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함을 깨달았다. 로마 테르미 역에서 외국인이기에 도움을 청했으나 정녕 그는 나보다 영어를 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며 깨달았다. 이 역사에 있는 2/3는 여행객이고 이들 중 나보다 여행 경험이 많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가족들이 불안해하며 서성거리고 있어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인쇄해 간 바우처를 처음부터 다시 상세히 살피며 혼자 생각했다. 전화는 기계음이라 알아들을 수 없고 사람만 대면하면 상황을 설명하고 자동차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차고지 주소를 가지고 택시 기사에게 달려갔다.

운전자 중 동양인이 있어 도움을 청하자 마치 한국인이었다. 예전에 한 번 자기가 그 회사까지 손님을 모신 적이 있다며 선선히 승낙한다. 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어두운 밤인데 길거리에 내릴 것을 요구하자 내가 차를 찾지 못하면 바로 호텔로 가야 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이곳저곳을 뛰어다녀 한 컨테이너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 큰소리로 불렀다. 몇 번을 큰 소리와 주먹으로 담장을 두드리며 악을 쓰자 그제야 왜 그러냐며 묻고 대문을 열어주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공항서 바로 처리하는 이름 있는 회사를 선택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한 달 여행을 출발하는 관문에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이곳의 대표항구가 리틀턴이다. 화산활동으로 둥근 모양의 항구는 식민지 시대 물자를 나르는 항으로 성장했다. 오래된 건축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진으로 대부분 무너져 지금은 현대식 건물과 물자를 나르는 철로만이 남아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산에는 곤돌라가 설치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Mt Pleasant에 올라 도시를 내려보니 가슴을 확 트였다. 지하에는 뉴질랜드 탄생에서 오늘에 있기까지를 설명해주는 부스가 있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섬의 신비를 이해시킬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있다.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흐르는 구름이 도심과 숨바꼭질하듯 풍경이 보일 듯 말 듯 감고 돌아간다.

하늘과 바다, 초록이 만들어낸 예술은 산을 오른 사람들 가슴에 풍요와 대지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정상은 곤돌라 상부 역사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야 도달할 수 있었고 약 1시간 정도 트레킹으로 가능했다.

정상에는 2개의 통신탑이 하늘을 찌를듯 우뚝 서 있다. 탑의 기둥을 자세히 관찰하니 나무였다. 이렇게 키가 큰 나무를 어디서 구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내려본 세상은 참 평화로웠다.

지진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 주민들 시린 가슴만큼이나 하늘은 파랗고 산허리는 푸르렀다. 9부 능선까지는 목장이기에 관광객을 위해 철조망을 설치했으나 울타리를 벗어난 한 마리 양이 있었다. 다시 돌아갈 길을 못 찾고 울고 있으나 달리 도움을 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만 보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하게 서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오후 2시경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아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다. 참 이상한 곳이다.

에어포스 박물관에는 뉴질랜드 항공기와 공군의 위용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초창기 항공기부터 최신 기종까지 넓은 격납고 같은 공간에 전시하고 있었으며 위층에는 훈장을 받았던 조종사의 사진과 함께 훈장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훈장을 받았던 많은 사람이 하늘에 별로 사라졌을 것인데 그분들에게 이 훈장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이 왼쪽 차선 운전으로 아직 어색하다. 언제나 익숙하게 될까?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에어포스 전시물
에어포스 전시물
에어포스 박물관
에어포스 박물관
12시인데 노을 진 하늘
12시인데 노을 진 하늘
정상에서 간식
정상에서 간식
나무 통신 탑
나무 통신 탑
정상 표지판
정상 표지판
정상에서
정상에서
구름에 가린 항구
구름에 가린 항구
울타리를 넘은 양
울타리를 넘은 양
곤돌라 상부 역사
곤돌라 상부 역사
리틀턴 항구마을
리틀턴 항구마을
리틀턴 항구
리틀턴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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