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전력 수요 대폭 늘어나 불가피
재생에너지비율 높이는 시대흐름 역행 비판
광주·전남 태양광 업계 생사 기로에 설 듯
사용 후 핵연료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영광 한빛원전 전경/남도일보 자료사진
영광 한빛원전 전경/남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공식화했다.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첨단 산업에서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나 추가 원전 건설이 불가피 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비율 높이기 경쟁이 뜨거운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미 원전 밀집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데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릴 만큼 사용 후 핵연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신규 원전 건설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한국의 원전 비중은 30.2%로 이미 충분히 높다”면서 “재생 에너지 비중은 낮추면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재검토를 주장했다.

문제는 이같은 원전 활성화 정책에 따라 전국은 물론 호남권의 태양광 및 풍력사업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광주 전남·전북은 2021년 말 현재 전국에 보급된 20,392MW 태양광 설비 용량 중 43.36% 나 되는 8,842MW의 설비 용량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신재생 에너지 업계는 “이제 신재생 에너지 업계는 생사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원자력 정책과는 달리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수소 등 무탄소 전원 중심으로 전력믹스를 전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나라별 환경에 따라 원전·수소발전 활용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처럼 특히 독립적인 전력계통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비중이 높은 곳은 전력 ‘공급’ 뿐만 아니라 ‘수요’ 자원 확충 계획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선진국, ‘무탄소 전원’ 중심 장기계획
12일 남도일보가 주요국 에너지 정책 방향을 분석한 결과, 유럽과 미국의 주요 주(州)는 공격적인 무탄소 전원 확대 정책을 벌이고 있다. 2030년부터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함께 각 국가나 주의 환경에 따라서 원전·수소 등과 함께 에너지 저장장치 확충계획까지 정교하게 설계 중이다.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CAISO(캘리포니아 계통운영기관), 미국 ERCOT(텍사스주 전력 신뢰도 위원회) 등이 2030~2050년 사이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무탄소 전원 설비용량 비중을 100%까지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어 영국이 97%, 호주 94%, 독일은 92% 순으로 무탄소 전원 설비용량 비중이 높았다. 2050년에는 화력 등 전통 전원을 줄이면서 무탄소 전원이 발전설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미국 주요 주들도 중장기 무탄소 전원 확대 계획을 내세웠다. 미국 CAISO는 2045년까지 무탄소전원을 92%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미국 ERCOT는 2037년까지 무탄소전원을 61%로 상향하기로 했다. 스페인 또한 2030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을 65%까지 높일 계획이다. 다만 미국의 펜실베니아·뉴저지·메사추세츠주 관장 계통운영기관인 PJM은 2050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이 52%로 앞선 주에 비해 낮았다.

세계 주요국과 계통운영기관은 재생에너지 중에서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무탄소 전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별 특성에 따라 원자력과 수소, 에너지 저장장치를 병용해 전원설비를 구성하는 등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원전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2050년에도 원전을 가동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다. 프랑스는 2050년 전원설비를 태양광 70GW, 풍력 65~88GW, 원자력 51GW, 수력 33GW, 수소 6.5GW로 구성할 방침이다. 영국 또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수소·원전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독립계통인 영국은 재생에너지만 확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전력 ‘수요자원’ 확충 방안 구체적
세계 주요국과 전력계통 운영기관은 전력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차원에서 전력계통의 부담을 줄일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인근 국가와 송전선로 등이 연계되지 않은 ‘독립계통’인 호주·영국과 태양광 비중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기관은 전력계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수요자원’을 편성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5%를 넘어가면 공급 측면에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형 수요저장 △수전해 △수요반응 등 수요 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주요국은 ‘분산형 수요저장’을 위해 전기차 충전수요를 이용한 V2G(Vehicle to Grid)를 활용한다. V2G는 전기자동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해 수요를 저장하고 분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2050년 기준 영국은 분산형 수요저장을 19.5GW, 호주는 7.3GW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CAISO는 2025년까지 전기차 150만대 규모의 분산형 수요저장 자원을 확충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분산형 수요저장으로 재생에너지 과잉공급으로 인한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덕 커브는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일출에서 일몰사이에 순부하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하를 유지해야 하는 전력계통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수요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수전해’ 기술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으로 인한 전력계통 부담을 줄여줄 수요자원으로 꼽힌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전해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수전해를 43.8GW, 호주는 7.8GW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CAISO는 2045년까지 5.9GW 규모 수전해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수요반응(DR)’도 전력계통 부담을 줄일 대표 자원으로 꼽힌다. 수요반응은 전력사용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소비자가 전기사용을 줄이면 줄인만큼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피크 시간대의 전력수요를 옮길 수 있다. 전력수요를 평탄하게 만들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독립계통인 영국·호주는 2050년까지 수요반응을 각각 39.0GW, 5.1GW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미국 CAISO 또한 수요반응을 2045년까지 4.7GW 규모로 구성한다.
/김갑제 기자 kkj@namdonews.com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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