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볼 줄 알았던 비경…‘신비로움’과 마주하다
3일간 비온 후 맞이한 화창한 날씨
‘찬란한 빛’ 가득한 쿡산과 동생 산
날씨 좋아 헬기로 정상 관광 ‘성공’
폭스 빙하 위 설경 등 ‘가슴 벅참’

 

 

쿡산 정상과 구름
쿡산 정상과 구름

뉴질랜드 여행자 숙소는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배낭족을 위한 호스텔과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모텔(우리나라 모텔과는 전혀 다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텔이다.

호스텔은 저렴하나 샤워장, 화장실, 주방 등을 공동으로 이용해야 한다. 물론 요즘 호스텔은 가족을 위한 단독 시설도 가끔 있다. 모텔은 우리식 작은 콘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선 전용 주방과 화장실, 침실과 거실을 갖추고 있어 가족이 여행하며 조리하고 쉬는 데 불편함이 없다. 이번 여행 대부분을 모텔에 투숙하며 한국 음식을 조리해 먹었다. 마지막은 호텔로 우리가 생각하는 형식과 같다. 비용은 좀 비싸나 훌륭한 부대시설이 있고 조식도 제공하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마운트 쿡 마을에 많은 형태의 숙박 시설이 있다.

YHA(Youth Hostel Association) 카드를 소지한 나에게 숙박비 30% 할인 혜택을 주는 멋진 호스텔이 좋은 곳에 있었다. 최고급 호텔인 The Hermitage Hotel은 비용이 두 배라 고민하다 선택했다. 결론은 최고의 선택이었으나 3박을 숙박하는데 비만 내렸다.

그러나 마지막 날 새벽 5시 베란다에 나가보니 별이 보인다. 일주일만의 일인 것 같다. 아침에 커튼을 걷고 밖을 보자 쿡산 정상이 마치 아우라 같은 붉은 구름 띠를 두르고 내게 인사한다. 이 호텔이 왜 쿡 마을에서 최고란 명성을 얻고 있는지 이해했다.

해는 빛을 발하고 쿡산 정상과 반대편 동생 산꼭대기 구름도 붉게 물들이며 힘차게 뒤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서둘러 어제 걸었던 후크밸리 트랙을 통해 쿡산 가까이 접근하기로 했다.

어제와 달리 눈이 내리지 않고 푸른 하늘에 맑은 날이다 보니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했다. 우리는 비 온 뒤 눈이 시리도록 맑은 초겨울 산을 걸으며 흥에 취했고 산이 주는 정기를 온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12시경 주차장으로 다시 하산해 준비한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들판의 탁자에 앉아 맑은 공기를 덤으로 즐기며 황제식사를 맛있게 했다.

인근에 비행장이 몇 개 있다. 뉴질랜드 여행하며 또 하나 느낀 건 작은 비행장이 어느 도시에나 한두 개는 있다. 관광객을 태워 빙하지대 혹은 쿡산 정상을 가로질러 옥색호수를 하늘에서 구경시켜 준다. 많은 경비행기와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예약과 동시에 원하는 시간에 언제라도 탑승할 수 있다. 다만 날씨가 허락해야 한다.

나는 하늘에서 쿡산 정상과 폭스 빙하를 볼 수 있는 경로를 운행하는 회사에 예약 했다. 지난번 빙하지대를 방문했을 때 비가 매일 내려 겨우 프란츠 요셉 빙하를 전망대에서 잠깐 바라보았기에 근처의 폭스 빙하는 헬리콥터를 이용할 계획이다. 탑승 30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해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안전교육과 주의사항을 듣고 기다리면 바로 헬기가 도착한다.

특이한 것은 예약 때부터 자신의 체중을 알리지만 체크인 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체중계에 오를 것을 요구한다. 헬기가 작다 보니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체중계를 기초로 좌석을 배치하며 돌아올 때는 서로 바꿔 앉는다. 아들은 앞쪽 중앙에 나는 뒷좌석 맨 안쪽에 앉아 비행을 시작했다.

가볍게 이륙한 헬기는 타스만 강을 따라 첫날 트레킹 했던 타스만 호수를 지나 바로 쿡산으로 향했다. 쿡산 정상을 빙 돌아 폭스 빙하 위에 내려 자유시간을 갖는다. 처녀지에 첫발을 딛는 것처럼 신비롭고 주변이 오직 우리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빙하 위로 며칠 동안 내린 눈이 쌓여 있고 상부 빙하는 쩍쩍 갈라진 틈새로 옥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쿡산 국립공원 일대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산의 높이에 따라 하얀색 기둥이 뾰쪽뾰쪽하게 이빨처럼 보인다.

헬기는 다시 이륙하면 바로 폭스 빙하 주변을 한번 선회하고 자신의 고향인 비행장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 타스만 호수 상부를 자세히 관찰하니 자갈밭처럼 보인 곳이 모두 빙하였다. 빙하가 녹아 물은 아래로 빠지고 빙하에 있던 자갈만이 상부를 덮고 있어 우리 눈에는 겉만 보이지 속은 보이지 않았지만 갈라진 틈 사이로 옥색의 빙하를 볼 수 있었다. 타스만 호수 상부가 수직 절벽인 것은 흙이 아니라 빙하가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4일 만에 땅과 하늘에서 쿡산 정상과 동생 산들을 볼 수 있었으니 이번 여행의 마지막도 성공할 것 같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쿡산 트레킹
쿡산 트레킹
쿡산 트레킹
쿡산 트레킹
국립공원에서 점심
국립공원에서 점심
헬기 탑승
헬기 탑승
헬기 출발
헬기 출발
하늘에서 바라본 타스만 강
하늘에서 바라본 타스만 강
헬기에서 본 빙하
헬기에서 본 빙하
폭스빙하
폭스빙하
폭스빙하 끝부분
폭스빙하 끝부분
폭스빙하
폭스빙하
폭스빙하 위에서
폭스빙하 위에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
쿡산 설경
쿡산 설경
쿡산 정상
쿡산 정상
타스만 호수
타스만 호수
쿡산 정상과 구름
쿡산 정상과 구름
쿡산 정상과 구름
쿡산 정상과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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