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끝에 고즈넉이 앉아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노니

픽턴, 뉴질랜드 북섬·남섬 연결 관문
카이코우라서 약 160㎞ 車로 2시간

코로나 19 이후 경기회복 아직 더뎌
거리 적막…숙박 해결은 문제 없어

바닷가 따라 잘 정비된 트레킹 길
오후 4시 해 ‘뉘엿뉘엿’지기 시작
트레킹 목적지 못가고 ‘원점으로’
하루빨리 활기찬 도시로 변화 바람

 

 

픽턴 항구
픽턴 항구

픽턴은 카이코우라에서 약 160㎞이며 자동차로 2시간 거리로 북섬과 남섬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뉴질랜드 수도인 북섬 웰링턴에서 남섬으로 출발한 모든 배는 픽턴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 항구에는 많은 자동차 대여 업체와 남섬의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관광안내센터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카이코우라 출발부터 망망대해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가에 도착해 옅은 해무를 만들어 바닷가 쪽으로 안개가 자욱했다. 지나는 차들이 정차해 바다를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에 고래가 나타난 줄 알고 자동차를 세우고 바닷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고래가 아니라 큰 파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다니며 파도를 즐기고 있는 서퍼(Surfer)만 보였다. 저 큰 파도를 홀로 타고 있는 자유인을 보니 불안감을 넘어 부러웠다.

길은 좌우 측으로 번갈아 철로와 평행선을 이루며 해안선을 달렸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위 기슭에 물개 무리가 앉아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그들과 함께 놀았다.

누가 뭐래도 자기 휴식만 취하며 배고플 때만 사냥길에 나설 것이다. 한번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사파리 투어 중 사자와 호랑이를 보고 실망한 적이 있다. 내가 보았던 그곳 맹수들은 종일 낮잠만 자고 있었다. 맹수의 본능을 볼 수 없냐며 현지 인솔자에게 물으니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절대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눈앞에 아무리 맛있는 식사가 지나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잡아다 저축하며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양떼 목장을 지날 때 잠시 차를 멈추자 양 떼 무리가 우리를 피해 뒷걸음치다 다시 마주하며 동시에 우리를 쳐다본다. 아들이 피리를 불어대자 이상한 눈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우리에게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면서 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사람이 귀한 나라에 가축도 사람을 보니 반가운 모양이다.

소금을 생산하는 호수에 도착했을 때 하얀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염전이 펼쳐져 있었으며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철로가 공장을 통과하고 있었다. 인근에 블렌하임(Blenheim)이란 픽턴보다 큰 도시에 잠시 들러 차를 마시며 가볍게 산책했다. 이 도시는 말보로 지방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지방의회도 있으며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이곳은 5월 말인데 포도 수확을 끝낸 농장은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포도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픽턴에 도착해 보니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도시가 적막하다. 이곳도 코로나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이 없으니 호텔 숙박은 그날그날 예약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크루즈 회사에 들러 그림 같은 섬 사이를 누비는 선편과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를 물었으나 승객이 없어 출항 예정이 없다는 답만 한다.

도심에 진입해 War Memorial 조형물 관문을 지나면 픽턴 워터 프론트란 초록색 잔디밭 위로 멋진 어린이 놀이터가 자리 잡고 동화 같은 풍경이다.

말보로 사운드라는 꼬불꼬불하고 좁은 협만 안쪽에 깊숙이 자리한 픽턴은 바닷가 따라 트레킹 루트가 잘 정비돼 있고 경사가 완만하여숲길을 걷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함께 말보로 사운드를 건너 남섬으로 입항한 인터아일랜드의 큰 배를 볼 수 있다. 관광안내센터에 문의 했을 때 담당자는 친절하게 3개의 코스를 지도에 표시하며 설명해 주었다. 3시간 30분 코스인 Snout Track, 45분 거리인 Tirohanga Track 와 The Link Pathway이었다. 우린 Snout Track를 선택해 해안선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상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정비된 길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다 보니 어깨에 땀이 젖어오며 그동안 쌓인 피로도 사라진 것 같았다. 이곳은 오후 4시가 넘으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갈 수 없었고 4시가 가까워지자 오던 길을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을 찾아 이곳 주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길 기도해본다.

내일은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해 새로운 뉴질랜드를 만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목초지 풍경
목초지 풍경
양떼농장
양떼농장
염전을 배경으로
염전을 배경으로
포도 농장
포도 농장
거리풍경
거리풍경
레스토랑 무대
레스토랑 무대
픽턴항 공원
픽턴항 공원
픽턴 요트항
픽턴 요트항
10.항구 끝에서
10.항구 끝에서
픽턴항 공원
픽턴항 공원
픽턴 요트항
픽턴 요트항
요트 정류장
요트 정류장
요트 정류장
요트 정류장
픽턴 항
픽턴 항
픽턴의 트레킹 길
픽턴의 트레킹 길
픽턴의 트레킹 길
픽턴의 트레킹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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