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해변·숲·산…아름다운 휴양지
픽턴서 140㎞ 떨어진 도시
예술가·갤러리 ‘최대 보유’ 창의적 예술성 살아 숨쉬어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특이한 형태 십자가 ‘눈길’
파운더스 헤리테지 공원 1880~1930년 역사 재현


뉴질랜드 넬슨은 픽턴에서 약 140㎞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는 약 2시간 거리에 해안 도시다.
태즈먼만 안쪽 마타이강 하구에 있다. 1842년 뉴질랜드사가 건설했으며 영국군 함대 사령관 넬슨 경의 이름을 땄다. 2년 후 마오리족의 공격으로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1858년 시로 승격되면서 영국성공회 주교 관할구의 중심지가 되어 1860년대의 골드러시 때 매우 번창했다.
넬슨은 휴양지로서 특히 동쪽으로 165㎞ 떨어진 웰링턴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긴 황금빛 해변에서부터 자연 그대로의 숲과 험준한 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형을 보유하고 있는 넬슨 태즈먼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또 넬슨 태즈먼은 오래전부터 창의적인 사람들을 모으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아마도 풍부한 일조량과 위치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은 수의 현직 예술가와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다수의 전통 예술가와 현대 예술가 그리고 마오리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도착해 중심 도로를 따라 쭉 올라오면 넬슨의 중심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이 트라팔가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와 이름이 같은 곳으로 이곳 주민들에게는 자긍심이 있는 곳이다.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계단을 오르는 입구에 1842와1942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성당을 처음 짓기 시작한 해와 지금의 모습으로 증축을 했던 해를 표시하고 있으며 색 바랜종탑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한때 누렸던 영화를 그리워하는 그림자처럼 보였다.
성당 입구는 계단을 올라 정상에서 건물을 돌아 반대편에 입구가 있으며 우리네 성당처럼 멋진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들어오는 빛이 눈부셨다. 파이프오르간이 지상 4 기둥을 밟고 떠 있어 웅장함이 더 했다. 제대 뒤쪽의 십자가는 아우라처럼 빛을 발해 십자가가 선명하게 보이는 특이한 형태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많은 미술관을 들어가는데 정말 좋은 점은 대부분이 무료이다. 정부가 주민들 예술적 욕구에 부응하듯 문화적 투자에 아끼지 않는 정책이 눈에 보였다.
그렇다고 미술관 시설이 허접한 곳도 아니며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판매점, 분위기 좋은 카페, 수준 높은 전시물 이것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도 수터 미술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1889년에 개관한 역사 깊은 미술관으로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조류를 상대로 그린 그림과 설치미술 및 별관에서는 추상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입구쪽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어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미술 애호가를 맞을 것 같다. 수터 미술관 옆으로 작고 오래된 퀸스 가든이 있다. 고목과 푸른 잔디밭 사이 벤치에 앉아 있는 이곳 주민들을 보고 있자니 이들의 여유로움이 부러울 따름이다.
정원 안으로 작은 오솔길이 여러 갈래 있어 노인들이 운동하며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 같았다. 시내 언저리에는 유럽 이주민들의 넬슨 정착기를 보여주는 민속촌 같은 파운더스 헤리테지 공원(Founders Heritage Park)이 있다.
1880년~1930년대 옛 모습처럼 거리에 술집, 소방서, 잡화점 등을 재현해 놓았으며 우체국에서는 지금도 활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의 버스, 통학버스 그리고 승용차도 있고 철로를 일부 부설해 당시 역사를 재현한 추억의 장소이다.
큰 잔디 광장에는 오래된 비행기를 전시해 놓았다. 동서양을 떠나 누구나 옛것을 그리워하는 건 같은 취향인가보다. 공원 건너편으로 Centre of NZ란 표지를 따라 산을 오르면 숲속을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처음은 오르막이나 이내 평지를 걷는 것처럼 가벼운 숲길이며 나무 사이사이로 넬슨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벼운 걸음으로 1시간 정도면 뉴질랜드의 배꼽이라 칭하는 이 나라 중심에 도착할 수 있다. 지도상으로 뉴질랜드 한 중심에 해당하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정상에 조형물이 설치했고 조형물이 받치고 있는 침이 바닥을 향하는 지점에 표지판을 설치해 놓았다.
일반 시민들은 이곳을 운동 삼아 뛰어 올라오고 나이 지긋한 이들은 개와 함께 산책 삼아 올랐다. 이곳 브렌포드 공원에도 여러 갈래의 산책길이 있어 자기 능력과 시간에 맞는 길을 걷고 뛸 수 있다.
시내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니 수명을 가름하기 어려운 고목들 둘레로 파란 잔디 구장인 보태닉 스포츠 필드가 있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며 축구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도 지금 만추의 계절에 해가 떨어지면 추워서인지 넓은 그림 같은 초록 구장에 한 가족만이 축구 놀이를 하고 있었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