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린 한전 빅스포 ‘경영 악화’ 개최 포기
행사 개최 따른 수십억원 자금 투입 부담 작용
코로나때도 ‘온라인 개최’ 됐지만 이마저 접어
한전 “자구노력” 이유…R&D 투자 등 위축될듯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한전 본사 전경

한국전력이 올해 막대한 적자 누적에 따른 자구안 실행을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열린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이하 빅스포)’까지 포기, 미래 에너지 정책 방향의 혁신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전은 총부채 201조원에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하면서 수십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빅스포 개최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 행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도 온라인을 통해 빅스포를 개최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재무사정 정도가 이미 알려진 상황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한전의 강도높은 자구책 실행을 위해 국내 최대 에너지전시회 행사 취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미래 에너지산업 관련 R&D(연구개발) 위축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흘러 나온다.

◇ 자구책 일환 빅스포 취소(?)

빅스포는 한전이 주최하고 개최하는 국내 대표 에너지 전시회다. 한전은 빅스포 전시회에서 미래 에너지산업 정책 방향 제시와 에너지 혁신기업 발굴 및 지원 그리고 관련 연구개발 투자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0~11월께 가을철에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빅스포를 개최, 신기술전시회·국제컨퍼런스·국제발명특허대전·스타트업 경진대회·일자리박람회·특산물 판매장터 등 여러 컨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올해 심각한 재정위기와 강도높은 자구안 실행을 위해 빅스포 전시회 개최를 포기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빅스포 2023’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빅스포 행사 취소는 지난 2015년 첫 전시회 행사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020년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에도 한전은 온라인 등을 통해 행사를 치렀지만, 올해는 심각한 재무위기 상황이 한층 불거지면서 전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한전의 빅스포 취소 배경엔 행사 개최에 따른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빅스포 행사 개최 때마다 투입되는 자금은 수십억원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막대한 부채 및 적자를 짊어진 상황에, 수십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전시회 등 행사 개최는 ‘사치’ 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 실제, 한전은 지난 5월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이어,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와 자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추가 자구책을 발표해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조직 내부에선 광고비 등 수십억원을 들여 올해 빅스포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자짓, 자구책 실행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올해 빅스포 행사 취소는 재정건전화 계획에 의해 자구 노력 일환으로 알려졌다”며 “한번 개최할 때 수십억원이 투입된 빅스포 조차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한전의 경영상황은 최악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한전은 올해 빅스포 행사를 취소했지만, 내년엔 5월로 행사를 앞당겨 29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지자체 등 적극 참여·역할 촉구

한전의 빅스포 행사 취소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아쉬움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입장문에서 “광주시는 한전과 함께 에너지 기술혁신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에너지밸리 허브 구축 등 지역 상생의 협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빅스포 행사에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빅스포는 광주·전남 에너지밸리 조기 정착과 함께, 국가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규모 에너지분야 종합 박람회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전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에너지산업 변화를 선도하는 빅스포 개최 여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 개최를 위해 한전은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도 빅스포 참여를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도 온라인을 통해 빅스포를 개최한 한전이, 자구노력 일환으로 빅스포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화풀이’하는 격”이라며 “빅스포의 정상적 운영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전의 지방 이전 목적 중에는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앞으로 빅스포 개최 여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 개최를 위해 한전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나주·화순이 지역구인 신정훈 국회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빅스포 성공 개최를 위해 정부·지자체·한전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촉구했다.

◇ 에너지산업 발전시킬 분위기 조성 필요

한전은 매년 개최되는 빅스포 행사로 수백억원은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국내 에너지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수립할 에너지산업 기술혁신과 구체적 사업화 전략 등을 선도하면서 기업·대학·연구기관 등과의 협업 및 협력체계를 조기 정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빅스포 2022’ 행사에서 수출계약만 4천490만달러(한화 642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13개국 25명의 해외 바이어가 빅스포에 방문해 29개 국내 중소기업과 97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17건의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아울러, 에너지 기술거래 장터를 통해 우수기술 70개를 22개 기업에 기술 이전 또는 거래(총 26억3천만원 규모)했으며 15개 중소기업들에겐 30개 기술을 무상 전수했다.

빅스포 개최는 수출 성과 외에도 국내 중소기업 해외 판로개척이나 스타트업 지원· 일자리 박람회까지 총 망라해 에너지분야에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 구축의 초석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에너지 시대를 이끌 최신 전문기술 동향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전문기술 성과 공유 및 발전 비전도 논의돼 국내 에너지산업이 향후 나아갈 방향타까지 제시한다.

빅스포 개최 취지의 평가를 뒤로 하면서 행사 취소가 강행돼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발전 동력이 한 단계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측과 정치권 그리고 일부 언론 등이 줄기차게 한전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사이에 자칫, 미래 성장동력인 에너지산업 등의 연구개발과 투자 등이 주춤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며 “실제, 이번 빅스포가 무산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안 시행으로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줄이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현실화 되는 분위기고, 정부가 최근 R&D관련 예산을 상당히 삭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며 “현 시점에 한전의 강도높은 자구안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분위기 조성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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