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전 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전 동강대학교 교수

매년 평균 21만 명 이상이 결혼하던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3년 동안 혼인 건수가 19만 명대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24년에 다시 22만 2,422건으로 회복되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예식장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결혼이 많이 이루어진다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난 주말에 지인의 아들 결혼이 있어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결혼 문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례자 없이 예식이 진행되었고, ‘성혼 선언’ 또한 결혼 당사자인 신랑과 신부가 주고받으며 이루어졌다. 변화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식 문화가 이제까지의 천편일률적인 형식에서 탈피하여 각자의 개성과 삶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풀어가는 축제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까지의 결혼 문화인 진중한 분위기보다는 너무 이벤트성으로 흐르지 않나 하는 염려도 들었다. 오늘은 최근 변화되는 탈 형식의 결혼 문화와 이 외에 몇 가지를 짚어보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결혼식은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청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난해 말에 서울에 다녀오다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지인을 만났다. 교육계의 고위직에 계신 분이다. 반갑게 인사 후 ‘무슨 일로 서울에 다녀오시느냐?’고 여쭈었더니 아들 결혼식을 하고 온다고 했다. 왜 연락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인들에게 알리면 피해가 될까 봐’ 사돈댁과 자신들 가족 10여 명이 호텔에서 간단히 진행했다고 했다. 그분은 사회적 직위에 걸맞게 수많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의금을 전달했을 터인데, 정작 본인의 아들 결혼은 가족끼리 진행했다는 말에 그분의 인품이 느껴졌다.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던 사람으로부터 SNS를 통해 청첩이 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경우는 참석 여부를 판단하기에 참으로 애매하다. 결혼식은 꼭 필요한 사람만 초대하여 진정한 축복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두 번째, 결혼식은 주례자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엄숙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지 않는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치르게 되는 가장 큰 일인 결혼식 날, 인생의 선배로서 주례자는 주례사를 통해 결혼 당사자들에게 격려와 앞으로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해주게 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사회적인 경향에서 나온 하나의 절차적 변형이라고 생각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있어 보인다. 또한 그 결혼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음을 하객들에게 알리는 ‘성혼 선언’ 순서가 있다. 이러한 ‘성혼 선언’을 결혼 당사자들인 신랑과 신부나, 사회자가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형식과 절차 등을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은 이해가 가지만, 주례자가 없으면 양가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성혼’을 확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벤트성 행사도 좋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더하는 주체적인 결혼식 문화를 기대해 본다.

세 번째,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필자의 아들 결혼식 날, 등산을 다녀와서 미안하다며 ‘등산복’ 차림의 하객이 있었다. 물론 상황과 여건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어느 정도 복장을 갖추는 것이 예의라고 본다. 또한 결혼식에 와서 혼주를 만나 축의금만 전달 후 곧장 식당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식에 왔으면 예식을 지켜보면서 함께 축하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결혼식 식대가 너무 비싸다. 광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괜찮다고 소문이 난 예식장 식대는 1인분에 5만 원이 넘어간다고 한다. 서울의 일반 호텔의 결혼식 식대는 1인당 15만 원~30만 원이며, 결혼식장에서 식사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여 음식 세팅(좌석에 명패 부착)을 한다고 한다. 식대가 비싼 예식장과 고급 호텔일수록 예약이 어렵다니 이는 개인 우월주의 경쟁심리에서 나온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외 잔디밭을 이용하거나 작은 결혼식 등을 통해 결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개성을 살리고 이벤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멋진 결혼식은 어떨까?

이제 봄과 함께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시작되었다. 결혼하는 젊은이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출생률도 증가하여 미래가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결혼 당사자와 부모, 사회적 통념이 모두 공감하는 바람직한 결혼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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