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혹시 밤하늘 아래 아이들의 모습이 어떤 색깔이라고 생각하나요? 붉은색? 노란색? 아니면 피부색 그대로일까요?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색깔이 아닌,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차별과 편견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문라이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달빛 아래에선 모든 아이가 푸르다." 달빛 아래에선 모든 아이가 푸르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겉모습의 차이는 달빛 아래 흐릿해지고, 본질적인 아름다움만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 섬세한 표현이죠. 피부색과 배경을 넘어, 모든 아이는 그 자체로 푸르게 빛나는 존재라는 이 아름다운 메시지가 며칠 전 우리 사회에 던져진 한 정치인의 발언 때문에 다시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소득층 아이와 고소득층 자제를 말한 부분입니다. ‘저소득층 아이’와 ‘고소득층 자제’라는 표현, 그 단어 속에는 그의 뿌리 깊은 계층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필자가 놀라운 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결대 적지 않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영혼을 닮는다는 말처럼, 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바로 이러한 문화자본의 격차를 인정하고 고착화시키는 것처럼 들립니다. 풍족한 환경의 고소득층 자녀와 기본적인 기회조차 얻기 힘든 빈곤층 자녀의 현실은 단순한 경제적 차이를 넘어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제한하는 게 대한민국이 현실일 것입니다.

며칠 전 초등학생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한 학생들이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이번 생은 글렀어"라는 푸념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주변에,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어른들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합니다. 영화 ‘문라이트’ 속 달빛처럼 말이죠. 달빛은 모든 아이를 푸르게 감싸안으며, 그들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속삭입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그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어른의 존재가 한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선생’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오시며,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익명의 기부 천사로 헌신해 온 그의 삶은 우리에게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또한 평생을 지역사회와 청소년,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어른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실천한 인물로 자신의 부와 시간을 사회 환원에 아낌없이 바쳤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역시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이었습니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묵묵히 지지해 준 선생님의 은혜를 문 전 재판관은 평생 잊지 않고 살아왔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은 말뿐인 어른이 아닌,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말없이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지지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진정한 어른의 존재는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하고 차갑더라도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등불과 같습니다. 한 명의 진정한 어른이 가진 따뜻한 마음과 헌신은 한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적이 됩니다. 선생님의 묵직한 한마디는 "단디해라" , 경상도 사투리로 "잘 챙기고, 성실히 하라"는 뜻으로 이 한마디는 단순한 덕담이 아닌, 평생을 성실과 헌신으로 살아온 어른 김장하의 삶의 전체가 담긴 조언이었습니다.

또한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청소년과 사회 전체를 위한 어른이었고 그는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강한 의지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한 어른 김장하 선생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있으며,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수십 번, 수백 번 회자하여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어른다움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권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존경받는 삶에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이 사회를 유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중요한 존재임을 일깨웠습니다. 그 자신을 작은 시민이라고 칭한 것도 평범함의 중요함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었고 현대 사회에서 잊혀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베풀며 살아온 삶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필자는 문득 오늘날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겁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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