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영남 산불, 역대급 사상자 발생
고령 취약계층 대피 못해 피해 커
영농 부산물 등 불법 소각등 빈번
다양한 감시 방안·첨단 장비 절실

지난 3월 영남에 역대급 산불이 일면서 30여 명이 숨지고 만 8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라남도에서도 같은 기간 산불 8건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그러나 전남은 농토가 상대적으로 많음에도 산림면적도 넓고 특히 고령 인구가 많아 인위적인 발화에 취약한 것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디지털 기반 관리시스템 도입과 다목적 헬기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 영남 산불 사망자 대부분 ‘고령’
전남연구원이 지난 25일 발행한 ‘JNI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부터 영남을 중심으로 충청과 호남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30여 명의 사망자와 50여 명의 부상자, 만 8천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축구장 14만 8천여 개 넓이인 10만 4천여㏊ 이상이 이번 산불에 소실됐다. 이는 과거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던 지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부터 2배 이상 큰 피해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은 강풍으로 산불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어 주민들이 대피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60~80대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 됐다. 숨진 주민 대부분은 집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대피명령을 듣고 피하다 변을 당했다.
◇ 고령 많은 전남 ‘산불에 취약’
이번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기간 전남에서도 8건의 산불이 있었지만, 산불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다행히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전남은 산림면적이 넓고 농업과 임업의 비중이 크며, 특히 고령 인구가 많아 영농 부산물 소각 등 인위적 발화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의 산림 면적은 68만6천㏊로 강원(136만6천㏊), 경북(133만3천㏊), 경남(69만8천㏊)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넓다.
전남의 연평균 산불 피해 면적은 180㏊로 경북(2천107㏊), 강원(1천101㏊), 충남(283㏊), 경남(201㏊) 다음으로 넓었다.
전남의 2017~2021년 사이 일어난 산불 177건 가운데 73%가 인위적인 발화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인별 산불 발생 건수는 ‘입산자에 의한 산불’ 71건(40%), 쓰레기 등 소각 30건(17%), 영농 부산물 등 소각 29건(16%) 등으로 순을 이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전남의 영농·임업 현장에서 관행적인 영농·산림부산물, 농산 폐기물 등의 불법 소각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 인구 증가는 산불 발화의 잠재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번 영남 산불 사례처럼 잠재적인 최대 피해자이기도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발생도 피해도 커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현재 전남도내에서 산불 위험지역에 사는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만 2천100명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여수가 2천800명, 순천 2천300명, 광양 1천 200명으로 서부권에 비해 농토가 상대적으로 적고 산지가 많은 동부권 3개 도시가 수위권에 있다.

◇ 디지털 등 다각적 감시 체계
전문가들은 산불 위험이 높은 논과 밭이 많은 전남의 지형적 특성과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한 다각적인 산불 피해 저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과 AI 장비와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한 감시체계 구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등산로 RFID(무선인식기술) 출입 기록 장치 확대 ▲열화상 CCTV ▲AI 기반 입산자 계수기 설치 ▲스마트폰 활용 구조 신호 송출 ▲입산자 실시간 위치 추적 ▲드론 활용 열 감지 탐색 등이 좋은 예로 꼽힌다.
또한 농민들의 관행적인 소각 인식 제고와 함께 감시 사각지대 개선의 필요성도 요구된다. 유인상 전남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농 부산물 소각 대행 및 파쇄를 통한 퇴비 활용 서비스 도입과 참여 농가에 농기계 임대료 할인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불꽃·연기 감지 지능형 CCTV 보급 확대 ▲산불 드론 감시단, 자율감시단 운영 등 사각지대 없는 산불 예방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열악한 진화 장비의 개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전남은 산림청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산불 진화 헬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현재 많은 헬기가 도입된 지 15년 이상 지난 낡은 기종이다. 이런 탓에 잦은 고장과 정비 지연으로 실전 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화한 중·소형 헬기를 중·대형으로 바꾸고, 야간 진화가 가능한 대형 헬기 등 신규 헬기 추가 도입이 요구된다. 아울러 실시간 영상 송출 기능 및 열화상 장비를 헬기에 탑재해 지휘 필요 정보를 지상과 공유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구 변화에 맞게 재난 취약 계층 대비 방안이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인상 부연구위원은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가운데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이 사는 지역은 산불 발생시 방치 위험이 높다"며 "이에 대비한 휠체어나 이동 보조기기가 탑재 가능한 전용 이송 수단 확보, 주기적 대피 훈련을 통한 대응 능력과 경각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