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단체장’ 담양서 "나비효과 시작"
무소속 4선 순천시의원, 혁신당 입당
풀뿌리 공천· 선택지 넓혀주는 실험 강조
與 자중론에 "사면 환영" 현수막 내세워
조국 파급력·참신한 인물 영입 성패 ‘관건’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27일 오전 전남 담양군청에서 정철원 담양군수와 만나고 있다. 정 군수는 조국혁신당에서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 선출됐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8·15 사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방문해 던진 메시지는 민주당과 ‘건전한 경쟁’이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 효과가 가져올 파급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민주당 일당 독점 구도에 매몰된 호남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 지,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민주당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와 전남·북을 찾아 사면 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이번 호남 방문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 조국혁신당과 조 원장은 "광복절 특사 사면에 따른 감사인사 차원의 방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에 던진 메시지들을 짚어보면 사실상 전략적 움직임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원장은 전날 담양군청에서 조국혁신당 ‘1호 단체장’인 정철원 군수와의 차담에서 "정 군수가 당선된 자체가 호남 전체에 여러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며 "나비효과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에서 어떤 건전한 경쟁이 벌어져 유권자 선택지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당만 보고 찍는 게 아니라 후보의 능력과 자질, 정책을 보고 찍어야 호남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호남의 맹주인 민주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양당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승부를 벌이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풀이된다.

일정 첫 날인 26일에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뱉었다. 이날 광주를 찾은 조 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단식을 통해 쟁취한 지방선거 취지는 풀뿌리 생활밀착형 정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광주를 예로 들면 새롭고 젊은 DJ, 제2의 노무현 등의 신인을 발굴해 광주·전남 지역 정치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 나온 조국 원장의 정치 행보 ‘자중론’에 대해선 광주 시내에 걸려 있는 ‘조국 사면’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진을 공개하며 정치적 행보 정당성을 부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광주시민단체가 민주당을 향해 "(조국혁신당에 대한)견제가 아닌 혁신 경쟁을 하라"고 일침을 놓자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즉각 화답하며 조 원장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서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평을 게시해 "호남 정치에도 이제 배스킨라빈스 31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지역민의 변화와 선택지를 넓혀주는 실험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적었다.
 

5·18민주묘지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2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실제 조 원장의 사면·복권 이후 호남에서는 유의미한 정치적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무소속 ‘4선’ 이복남 순천시의원이 조국혁신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유기상 전 고창군수와 김민영 전 정읍산림조합 조합장도 최근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조국혁신당 당원 가입이 늘고 전·현직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입당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은 조 원장의 호남 광폭 행보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전남 최다선인 박지원 의원은 28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인터뷰를 통해 "이념과 생각이 같으면 한집에서 살아야지, 왜 딴 집 살림을 하려고 하면서 호남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석 몇 개 얻으면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몇 석 얻는다고 집권당이 되느냐"며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다. 정당의 진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여당 안팎에서도 사면 이후 조 원장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의 이목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혁신당의 선전 여부에 쏠린다.

호남의 광역·기초 의회를 겨냥해 ‘풀뿌리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민주당과의 불꽃 경쟁이 예상되는데다 4~5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를 점치는 장밋빛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대표 선거는 조국혁신당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건은 조국혁신당이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지와, 조 원장의 정치 영향력의 지속성이 꼽힌다. 조국혁신당은 조 원장의 인기도에 편승해 탄생한 사실상 1인 정당의 모습을 아직까지 띄고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 ‘바람의 세기’는 조 원장의 파급력과 궤를 같이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호남 수성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 유지와 매 선거마다 보여준 공천 파열음의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주 폴애드 대표 컨설턴트는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의 호남 성패는 결국 조국 원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호남은 민주당 일당 체제보다는 양당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런 점에서 혁신당의 의미있는 선거 결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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