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제11기 K포럼서 특별 강연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주제
기업 대표의 철학 중요…위기관리 5원칙 제시
SKT 해킹·땅콩 회항·LG 헬기 사고 등 예시
사과·재발 방지 계획, 제3자 관점의 메시지 구성

남도일보 제11기 K포럼 아홉 번째 강연자로 나선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대응은 선택의 문제다.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난 4일 광주광역시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그는 미네소타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동대학 언론학과 교수와 텍사스주립대학교 저널리즘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선거방송심의워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자문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최 교수는 "기업의 위기 관리 실패 사례로는 올해 SK텔레콤의 유심(USIM) 해킹 사건을 꼽을 수 있다"며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의 위기 관리 대응 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SKT가 해킹을 막지 못한 잘못도 크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대책도 문제였다"며 "해킹 사고를 이용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부터 시작해 유심 교체 대책마저 우왕좌왕하며 이용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예시로는 해프닝을 재앙으로 만들어버린 ‘땅콩 회항’ 사건(2014)이 있다"며 "역시 초기 대응이 문제였다. ‘조현아 부사장은 할 일을 했다’는 식의 입장 발표문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발생 다음날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뉘우치는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결과는 분명이 달라졌을 것이다"며 "조 전 부사장이 완강히 버텨 시간을 허비하고, 정보의 공백과 의혹을 키웠다.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은 조직의 대표가 위기관리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기업의 위기관리 성공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2013년 11월 헬리콥터 한 대가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와 충돌해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이 사망했고, 아파트 7개 층의 창문이 부서졌다. 사고 헬기는 LG전자가 소유하고 있는 임직원 수송용 8인승 시콜스키 S76 였다"며 "LG전자는 사고 즉시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언론도 규제기관도 아닌 숨진 조종사 유가족들과 이른 아침 날벼락을 맞은 아파트 주민들을 먼저 챙겼다. 주저하거나 고민하기보다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른 확신을 준 LG전자의 위기 대처가 기업의 이미지 추락을 막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위기관리의 5가지 원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첫째로 24시간 안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둘째, 인명과 관련된 이슈라면 가급적 CEO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해명하는 게 좋다"며 "셋째, 사과만으로 부족하다. 향후 계획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넷째,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고, 다섯째, 위기관리 이후가 더 중요하다.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언제나 긍정적인 뉴스만 내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약점과 실수를 드러내고 바로잡는 것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이슈에 대한 대중의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 만큼 수년간 쌓은 기업 이미지가 이미지가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며 "위기는 화재와 같다. 화재 발생 시 초기에는 작은 노력으로 진화가 가능하지만 일단 불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잘 진화한다고 해도 인명피해나 막대한 재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회사의 입장이 아닌 국민·언론 등 제3자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생각하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