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
박준
사람들에게 휩쓸려 잡고 있던 손은 놓치고 가방까지 어딘가에 흘리고 그렇게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처음 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네가 나를 찾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최근에 읽은 시 중에 단연 심리를 압도했다. 어릴 때 장이 서는 날 읍내에서 아버지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잃어버렸을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그 자리에 서있으라고. 아버지가 된 내가 아들 녀석 어릴 때 잔소리처럼 했던 말이다. 영화관에서 잠깐 팝콘 사러 갔다 오니 아들은 그 자리에 없었고, 순간 눈앞이 새까매졌다. 여기저기 찾아 헤매고 있는데, 문앞에서 웬 아주머니가 울고 있는 아들을 데리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빠가 곧 올 거라고 같이 있어 주셨다. 눈물 범벅으로 몇 번을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지 모른다. 아들은 왜 빨리 안 왔냐며 연신 울었다. 아주머니는 다행이다며 빙그레 웃으면서 아들에게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렇게 아빠가 찾아온단다 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 난 아들하고 어디를 가면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 강제로 떨어짐을 당하기 전까지는. 지금은 대부분 떨어져 있지만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영화 끝날 때까지 아들 녀석에게 반복해서 했던 말이 고스란히 시에 담겨 있다. 잃어버렸을 때 다른 데 가면 안 돼.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네가 나를 찾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