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미 (주)더심플&양파컴퍼니 대표이사

2026년,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생성형 AI로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인간은 결국 ‘삶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될 것이다.
아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제시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의 10대 키워드로서, 이러한 흐름을 선명히 보여준다.
1.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2. 필코노미(Phil-conomy) 3. 제로클릭(Zero-Click) 4. 레디코어(Ready-Core) 5. AX조직(AI Transformation) 6. 픽셀라이프(Pixel-Life) 7.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 8. 건강지능(HQ: Health Quotient) 9. 1.5가구(1.5-Person Household) 10. 근본이즘(Geunbon-ism)
이 가운데 특히 8, 9, 10번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흐름이다.
먼저, 건강지능 HQ, 건강을 ‘소비’관점에서 ‘설계’관점으로 이동시킨다. 지금까지의 건강은 의사에 의해서 병의 유무로 판단됐다. 그러나 2026년의 건강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 즉 건강지능(HQ)으로 재정의된다.
밤이 되면 스마트워치로 수면 리듬을 점검하고, 식전·후 혈당 수치에 따라 식단을 조정하며, 운동프로그램을 짜고, 스트레스 지수를 관리하는 세밀한 행동들이 바로 HQ의 실천이다. ‘예방’을 넘어 ‘예측케어’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건강’을 광고나 의사에게 배우지 않는다. 정밀한 자료로 데이터를 읽고, 생활습관을 설계하며,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어간다.
AI 헬스 코치와 유전자 맞춤 영양 서비스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증명한다. 특히 무조건적인 항생제나 화학약 대신 기능의학이나 영양의학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다.
건강지능은 이제 생존의 조건이자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두 번 째로 1.5가구, 혼자이지만 함께 사는 법이다. 1.5가구는 1인 가구의 진화형이다. 혼자 살지만 완전한 고립을 거부하고, 느슨한 연대와 관계 속에서 안정과 자유를 동시에 추구한다.
혼자 밥을 먹지만 요리는 함께 하는, 혼자 여행하면서도 대화는 온라인으로, 감정을 공유한다. 그들은 결혼보다 ‘동행’, 가족보다 ‘공감’을 중시하며, 관계의 형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이 변화는 주거와 소비 양식도 비즈니스형태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소형 주택, 코리빙 공간,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 함께하는 반려동물 비즈니스 등이 모두 1.5가구형 소비로 재편성되고 있다.
고립이 아니라 선택적 연결, 그 유연함이 이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을 만들 것이다. 이 부분에서 부모세대는 슬프고 허탈할 것이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부터 이런 연습을 한다. 나도 1.5가 되자. 오히려 좋다라고 외친다.
마지막 세 번째로 근본이즘이다. AI 시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자. 근본이즘(Returning to the Fundamentals)은 인공지능이 통제하지 못하는 ‘근본’을 향한 인간의 돌아섬을 뜻한다. 이는 고전적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가 주는 안정감, 진정성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원조 할머니국밥이 주는 안정감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 디지털 이전의 시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향수 또한 근본이즘의 또 다른 배경이다. 드라마 1988, 때 묻은 매일우유, 칠성사이다의 머그잔이 비싸게 팔리는 이유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만이 지닌 공감·양심·감성의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다. 근본이즘은 옛날로 돌아가자가 아니라 회복(Restoration)을 의미한다. 속도보다 방향, 효율보다 품격, 화려함보다 진정성, 세련미보다 낭만을 중시한다.
K-소비자들은 이제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를 물을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잃게 만드는 순간, 그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으로의 귀환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의 본질은 대체하지 못한다. 결국 미래를 움직이는 힘은 "가장 인간적인 것" 바로 그것이다. 역시 사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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