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기다림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구나 비슷한 경험 한번은 가지고 있을 가슴 애리는(아리는의 방언) 기다림. 시적 대상인 너는 화자가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을 내포한다. 내재적 감상으로는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찻집에서 기다리는 모습이고, 외재적 감상으로는 카톡 답장, 택배, 늦은 시간 집에 아직 안들어온 자녀, 합격자 발표, 석방, 민주주의, 조국통일 등 다양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했다. 여러 종류의 기다림에 대한 절실함과 절절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훈탁/광주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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