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9마리 구조·활동가 폭행
경찰, 불법 도박 등 위반 수사

 

지난 22일 전남 화순군 이양면 한 야산 중턱에 투견장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화순경찰서는 현장에서 투견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40여명을 적발해 조사 중이다.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전남 화순 한 외딴 야산에서 투견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지자체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투견이 실제로 진행되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현장에 모여 있던 수십 명이 단속을 피해 도주하려다 적발됐다. 버려진 차량 안에서는 투견 흔적이 있는 개들이 발견됐다.

24일 화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께 화순군 이양면 구례리 인적이 끊긴 야산 중턱에서 투견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사전 제보를 받아 현장을 답사한 결과 주변에 민가나 작업시설이 전혀 없는 비닐하우스가 투견장으로 의심돼 경찰과 지자체에 신고가 이뤄졌다.

케어 관계자는 "사람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가 없는 곳이어서 투견 목적 외에는 용도가 없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지자체·케어 관계자 50여 명은 현장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봉쇄하며 단속에 돌입했다. 단속이 시작되자 현장에 있던 이들은 차량을 몰고 빠져나가려다 단속반에 연달아 적발됐다. 일부는 야산으로 뛰어 도망쳤지만, 추위 속에서 3~8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차량과 현장 정황만으로도 투견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가 사라진 화물차에서는 상처 자국이 남은 개 2마리가 발견됐고, 현장에서 구조된 개는 총 9마리에 달한다. 구조된 개들은 지자체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단속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현장에 있던 50대 남성은 케어 활동가에게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일부는 활동가가 촬영하던 휴대전화를 빼앗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폭행·협박 등 총 3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적발된 40여 명을 순차적으로 불러 투견이 실제로 벌어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불법 도박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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