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정서·경제·환경 통합 지원 제공
일반인比 자살 위험 높아 도움 필요
2019년 시작 내년 전국 확대 예정
적극 발굴 위해 인력난 해소 과제
"주변 편견 딛고 용기 내 찾아주길"

 

극단적 선택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적극적인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ChatGPT 생성

#. 지난 2022년 광주 한 20대 남매는 질병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어머니마저 자살로 잃었다. 충격 속에 누나는 공황장애를, 군인이었던 동생은 의가사 제대를 했다.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광주자살예방센터. 남매는 센터의 지원으로 애도 상담과 자살 유족 자조모임에 참여했고, 점차 일상을 되찾았다. 동생은 복학, 누나는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해 최근 취업하게 됐다.

극단적 선택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적극적인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25일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는 유족들에게 정서·경제·환경 등 통합 지원을 24시간 상시 제공한다. ‘원스톱’엔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 2019년 시작돼 올해는 광주 포함 전국 12개 시·도 자살예방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내년엔 17곳 전역에 확장될 예정이다.

서비스는 애도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 등 심리·정서 지원이 중심이다. 자살 유족 간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조모임도 월 1~2회 열린다. 경제·환경적 지원도 병행된다. 특히 법률행정 지원 비중이 크다. 남겨진 부채 등은 일정 기간 내 상속포기 등 조치를 해야 하지만, 유족들이 무력감에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밖에 숙박 지원·현장 특수 청소 비용도 지원된다. 유족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할 때까지 예산 범위 내에서 이어진다. 이는 유족에게 ‘사회적 울타리’가 돼주려는 취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 유족이 스스로 세상을 등질 확률은 유족이 아닌 이보다 6~7배 높다. 20배라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외로움이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 또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유족이 도움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광주센터 등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1천605명 유족을 발굴했다. 이중 절반인 885명이 센터에 등록했다. 현재도 광주 센터엔 유족 465명(지난달 말 기준)이 등록돼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엔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살 1건당 유족이 최소 6명 발생한다고 본다. 지난해 광주에서 자살로 숨진 인원은 421명, 작년에만 유족 2천526명이 유입됐다는 계산이다. 통계상 지난 10년간 광주에만 2만명 이상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개선할 점으론 ‘인력난’이 꼽힌다. 현재 광주센터 유족지원팀은 총 7명. 실무자 1명당 평균 78명의 유족을 담당해야 한다. 한 때 100명에 달하기도 했다. 다만 예산 한계로 인력을 늘리긴 힘들다고 한다. 광주는 내년 기초센터 단계에서도 사례 관리를 분담하도록 개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광주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정신적 고통을 겪던 유족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주변 시선이나 편견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도 용기 내 도움을 요청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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