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박탈·공약 없는 선출 논란
선거법 개정 통해 ‘알 권리’ 보장 필요
특정 정당 장악 막는 제도 손질 목소리
“이념 없는 정당, 당선만 목적으로 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대치4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소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6·1지방선거를 치른 결과 광주·전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독주 체제가 유지되고 무투표 당선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지방자치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풀뿌리 지방자치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고 진영 논리에 따른 ‘묻지마’ 투표가 지양돼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은 508명으로, 구·시·군의 장 6명, 지역구 광역의원 108명, 지역구 기초의원 294명, 비례 기초의원 99명, 교육의원 1명 등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민주당 후보 68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이는 광주·전남 뿐 아니라 지역주의, 진영논리가 여전한 대구·경북도 비슷하다.

대구·경북 전체 선거구 중 무투표 당선자는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 3명·광역의원 37명·기초의원 11명·기초 비례 24명 등 모두 75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성향에 따른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을 비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 선거구에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권리, 즉 참정권이 사실상 박탈됐고 공약 없는 당선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권리가 정상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보 선택의 근간이 되는 공약도 꼼꼼히 챙겨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투표 당선인의 선거운동 또는 선거공보물 발송도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일당 독점이 지속되는 지역의 경우 당선 가능성을 따져 타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만큼 유권자들 ‘정당론’이 아닌, ‘인물론’을 통한 건전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고질적인 문제가 매 선거때마다 지속되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단독 후보 역시 공보물을 발송할 수 있게 하고 선거운동을 통해 유권자와 접촉면을 늘려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당선인을 선택하는 데 있어 찬반 여부를 묻는 방안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선거비용 보전 논리에 파묻혀 선거비 무(無)발생에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닌, 국민들이 우리 동네 일꾼을 알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소수정당 의원들의 기초의회 진출을 도와 다당구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특정 정당의 장악을 막는 제도적 손질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번 선거에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가 시범 도입됐지만 시범지역 30곳 중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4곳 뿐이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반응이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48일 전에 시범 선거구를 결정하면서 후보자가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대선 직후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이뤄진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는 지난 4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부터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한 선거구에서 기초의원을 3∼5명 뽑더라도 거대 양당이 여러 명의 후보자를 출마시켜 의석을 나눠 갖는 행태를 막으려면 개별 정당의 출마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거대 양당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처럼 거대 양당이 후보를 제한 없이 낼 수 있는 상황에선 소수정당 후보나 정치 신인들이 출마해도 당선되기 어려운 만큼 특정 정당이 일정 비율의 의석 이상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우리마을 일꾼’을 뽑기 위해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도 방안 중 하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당법을 개정해 ‘지역 정당’이 안착하는 방안 역시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는 거대 양당 고착화와 진보 계열 정당의 하향세에 맞서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론이 부상하면서다. 일본, 스페인 등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중앙당이 있어야 하고 시·도당 5곳에 당원 1천명 이상 등이 필요해 정당으로 인정받긴 어렵다. 서울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영등포구 ‘직접행동영등포당’, 은평구 ‘은평민들레당’ 등이 있으나 정당으로 등록돼 후보를 낼 수 없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역 정당이 생긴다고 민주당 독주 현상, 무투표 당선 등이 사라질까 싶다”며 “(이런 문제들이)답답하니, 민주당이 문제고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양당 정치 고착화 등 (광주·전남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세간의 여러 분석에 동의는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당의 몰이념화”라며 “특히 양대 정당이 (특정 지역을) 지금처럼 독점하면서 이념 없이 당선만을 목적으로 편먹고 모인 집단에 머무른다면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정당 개혁을 촉구했다.
/정세영·이은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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