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빙 대선에 ‘졌잘싸’ 분위기
말로만 혁신·개혁…유권자들 실망
매번 공천 잡음에 계파 갈등 수면위
경선 꼼수·탈법 난무에 민심 ‘외면’

<편집자 주>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할 지역 일꾼들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무투표 당선자가 발생하고, 곳곳에서 공천 잡음이 일어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공천 개혁을 약속하며 민심 수습에 나섰던 민주당은 또다시 실망감을 안기며 광주 지방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전남에서는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무소속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지역 권력도 재편됐다.
지역민들의 축제로 치러졌어야 할 지방선거가 초라한 투표율 등 씁쓸한 뒷말을 남긴 배경을 분석하고,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과제를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37.7%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광주의 투표율이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431명을 선출한 광주·전남에서 무려 81%가 넘는 35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며 “이기고도 졌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반성 없는 민주당에 지역민들이 싸늘한 투표율로 민주당을 심판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대선에서 0.73%p로 석패한 민주당이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분위기에 도취해 반성이나 책임지는 모습 없이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만을 호소하는 등 일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서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선 패배 책임자이자 당사자인 이재명 전 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등판하면서 당내 분란이 가중됐고, 윤호중-박지현 투톱 체제의 비대위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개혁과 쇄신을 두고 갈등을 보이는 등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
더욱이 대선 패배 이후 ‘개혁 공천’을 약속했던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불편한 민낯은 광주에서는 저조한 투표율로, 전남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진행됐어야 할 공천은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명단 유출로 시작됐고, 공관위에 참여한 초선 국회의원들은 공정한 공천보다 ‘자기 사람 심기’에 더 매진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또한 민주당 경선 때마다 불거져온 당원명부 유출 의혹이 이번에도 지역 곳곳에서 터져나오는가 하면 권리당원 이중투표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부추겼다.
특히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이가 타지역 경선에 참여하는 탈법까지 발생하는 등 경선 신뢰성에 대한 의문 부호를 남겼다는 평가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역민들이 들어주신 회초리를 채찍 삼아 반드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어떤 혁신안이 뒤따를지는 미지수지만, 지역민들은 민주당의 혁신 의지나 진정성에 대해 예전보다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밀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