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최저 투표율…40% 이하 최초
단체장·지방의원 석권에도 반성문
쇄신 미흡·경선 잡음 등 논란 자초
등 돌린 유권자…투표 거부로 심판
송갑석 “투표율 의미, 가슴에 새길 것”

민주당 광주지역 당선인 5·18묘지 참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을 비롯한 6ㆍ1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당선인들이 2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6·1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유권자의 투표 거부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단체장부터 지방의원까지 광주 지방 권력을 석권했지만 역대급 최저 투표율과 무관심, 국민의힘의 선전에 회초리를 든 텃밭 민심을 확인해야만 했다.

광주 시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게 아니라 오히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선거 외면으로 민주당을 심판했다는 내부 반성이 당 내에서조차 터져 나왔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6·1 지방선거 투표 현황에 따르면 광주 투표율은 37.7%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50.9%를 크게 밑돌았고 4년 전 지방선거 득표율 59.2%와 비교해서도 20%p 이상 크게 떨어졌다.

불과 3개월 전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광주 투표율은 81.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나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광주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지방선거 최저 투표율은 20년 전인 2002년 3회 42.3%였다.

특히 광주는 민주당의 심장부로 역대 선거에서 진보 표심의 결집으로 인해 투표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낮아진 것에 민주당 뿐 아니라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투표율이 크게 낮아진 원인은 민주당 독점 구도에 대한 피로감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 없고, 달라지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는다.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 노력이 부족했고, 더욱이 광주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한 인식 하에 경선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하며 유권자를 등 돌리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 공천을 주도한 586 세대 정치인들과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오직 2년 후 총선에 대비해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기초단체장 1곳과 다수 광역의원이 무투표 당선되면서 일부 참정권이 박탈돼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역민 한모(62)씨는 “민주당을 선택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다른 정당에 투표할 마음은 생기지 않아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은 광주에서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감사 인사 대신 반성문을 먼저 쓰게 됐다.

민주당 광주 당선인들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 시민들의 낮은 투표율의 의미를 매섭게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도 “광주 시민들께서 보내주신 투표율의 의미 또한 아프게, 매섭게 가슴에 새기겠다”며 “광주 시민들을 위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혁신하라는 말씀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이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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