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정책에서 지역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피해를 중심으로만 담론화되어왔다. 자원 부족, 기회의 희소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의는 불가피하게 지방의 낙후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지역 개발 담론과 맞물리면서 청년인재의 육성, 기업 유치와 신기술 개발, 청년창업 중심의 청년정책으로 지역발전 담론에 흡수되었다. 그러나 격차가 물리적 사실, 심리적 사실이더라도 이런 방식이 자원부족-투자감소-기회부족-인구유출-자원 부족이라는 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오는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발과 발전에 집중하다 보면 청년정책이 기업투자와 유치,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조 또는 지원책 같은 하위범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다 명확한 청년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청년기본법(2020)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고용촉진, 일자리의 질 향상, 창업지원, 능력개발 지원, 주거지원, 복지증진, 금융생활 지원, 문화활동 지원, 국제협력 지원 등 분야별 대책을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촉진하라는 것, 일자리의 양을 늘려라는 것이 아니라 ‘질’을 높이라는 문구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청년정책은 산업, 일자리, 경제정책 또는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는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취지, 그리고 국제기구가 정하는 청년정책의 기준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일자리 0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 무수한 공약은 청년정책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미 많은 청년은 이것이 정치적인 마케팅에 가깝다는 것을 또한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정책은 실업이라는 상태의 해결과 무관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앞서 청년은 사회정책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밝혔듯이, 그리고 청년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듯이 청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고용촉진(고용창출이 아닌)을 목적으로 한 고용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고용서비스는 정책의 관점에서 사회정책 영역에 속하며 사회정책의 3개 축(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서비스) 중 사회서비스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년정책이 특히 실업이라는 상태의 해결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것은 기존의 고용서비스를 활용하거나 미스매치를 포함한 각종 문제를 개선하여 그 목적에 맞게 효과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이는 또한 국제기구에서 밝히는 청년정책의 주요 프로그램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의 청년정책은 지역 중심의 고용서비스 체계 구축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가 핵심적인 도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효과적인 고용정책으로 EU가 내세우는 것이 ‘청년보장’이다.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진 청년보장은 즉각적인 구직활동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과 근본적 차이를 가지며, 성과의 보장보다는 ‘기회의 보장’을 원칙으로 삼고 취업시장에 쉽게 재통합되는 취업 준비가 된 청년만을 위한 해결책은 실효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목할 부분은 청년보장이 공공·민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치의 개념으로 운영되므로 파트너십 촉진을 위해서 노사뿐만 아니라 청년단체도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곧 효과적인 고용서비스의 성공은 탄탄한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 지역의 민주주의의 상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살폈듯 청년정책의 관점에서 지역에 대한 다른 접근은 가능하다. 청년정책에서 지방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은 정책의 전달체계의 한 부분으로서만 기능해 왔다. 최근 일자리 사업에 관해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이나 지방정부의 특수한 조건과 역량과 자원,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현상 유지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년정책의 전반적 틀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지역으로의 전환은 가치적, 당위적 차원뿐 아니라 청년정책의 고도화와 현실적 필요(효율과 효과)의 차원에서도 당면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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