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k-드라마에 이어 한식 열풍
진정성 높은 기록·유형유산 보유
인류가 보존할 이유 보편 가치 충분
가치 인식 변화 과제‥잠정목록 준비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장 일행 간장담그기 체험

지난 12일 크리스티앙 테트두와(Christian TETEDOIE)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 회장 일행이 장흥고씨 양진재종가를 방문해 종가문화를 체험했다. 배우며 담근 간장항아리에 협회마크를 붙여 놓고 숙성이 끝나면 협회 사옥 이전 기념행사에 사용할 예정이다. 프랑스 요리명인 500명이 활동하는 이 협회가 1만km를 찾아 왔다. 동행한 프랑스 식품회사 리엔코의 지주연 대표는 지난 5년간 프랑스인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급변해 프랑스인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가 한국이 됐다고 한다. 자부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마음을 연 것은 진정성과 보편성을 가진 한국문화 특성이 작용했다. 종가스토리 아홉번째에서는 유럽문화의 한복판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와 그를 보존해 온 종가문화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살펴본다.

◇유럽에도 열풍 불어‥종가문화 품격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는 프랑스 ‘파리’고, 프랑스인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다. 5년째 프랑스에 한식의 고품질을 알리며 레시피 교육과 김치, 간장, 항아리 등의 수출을 돕고 있는 식품회사 리엔코 대표인 지씨는 “프랑스 한류 열풍은 젊은층이 BTS 등 k-pop, 네플릭스의 k-드라마 열풍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연령층의 한국문화와 한식 열풍으로 확대됐다. 좋아하고 보고싶어하며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유네스코 본사 행사를 통해 마스터셰프협회의 인정을 받아 유명백화점에 연달아 입점시키며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날마다 김치 반찬을 먹는 프랑스인 한식메니아가 늘고 있다. 세계유산이 된 김치뿐만아니라 간장, 고추장, 조청, 불고기 등 한식이 상품화 되고 온라인 판매 배송도 증가했다.”며 의사들은 암예방을 위해 김치 섭취를 권장할 정도라고 현지 한식 열풍을 소개했다. “전통 그대로를 지켜주셨고, 소비자기호 등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종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고가라는 벽을 넘기 위해 뿌리 깊은 문화 품격과 가치를 알리고 레시피를 교육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소쇄원도

◇종가문화 세계 보편적 가치 가졌나?
종가문화가 인류가 보존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다. 한국서원의 세계유산 등재에 앞장서온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종가문화의 봉제사, 접빈객은 배려하고 섬기며 나누면서 공동체를 이끌어 왔던 정신문화의 원천이다. 타인에 대한 예우로 인간애를 담은 전통음식, 오랜 지혜와 사상을 담은 기록자료,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종택정원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할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며 한국적 의식주 생활문화가 모두 포함돼 독자성과 특별성을 갖춘 종합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세계유산 등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위원장은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협약은 특정시대의 원형이 유지되는 ‘진정성’을 중요시 한다. 무형유산은 다양성과 평등성을 강조하는데 소멸 위험에 긴급 보호조치까지 고려된다. 없어지면 되찾을 수 없는 전통문화유산을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인류가 살려내야 한다”며 등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주 남파고택을 방문한 학술답사단

◇위기를 기회로, 잠정목록 준비 나서
종가는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산업의 발달과 도시화에 따른 농촌 황폐화가 마을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구소멸 위기를 만들었다. 공동체의 구심이었던 종가는 보존의 경제적 곤경에 처했으며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관광지로서 유지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종가를 지켜온 종손부부마저 노령화 돼 문화유산 전승과 문화 재생산에 동력을 잃고 있어 멸실 위기라고 한다. 지역사회와 정부의 보존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강진 백운동정원 인근에는 강진달빛한옥마을을 조성해 23가구가 살며 이 중 10가구가 민박과 한옥체험을 운영해 주말 3개월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문화재청과 전라남도는 종가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며 종택 활용과 보존에 힘쓰고 있다. 양재혁 전남종가회 총무이사는 “몇몇 종가 후손들은 도시에서 정년하고 종가 세거 마을에 귀환했으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를 시작해 종가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이와같은 작은 변화가 옛보다 작지만 아름다운 공동체 구성으로 진전된다면 종가문화가 유지 보존의 길을 찾게 되고 공동체문화 구심으로 문화 창조의 거점이 되며 나아가 인구소멸 위기의 농촌을 발전시키는 중심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진왜란 조중연합군을 이끈 진림장군을 추모하는 완도 충무사의 중국인 방문객, 한류드라마 스타를 응원하며 촬영지 열화정을 찾은 일본인 방문객, 협회 사옥 이전식에 쓸 장을 담그기 위해 창평 양진재종가를 방문한 프랑스 쉐프들, 이들은 종가가 지키고 가꾼 역사의 보배 종가문화를 매개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한국문화의 소중한 소비자들이다. 인류가 지켜야할 유산인 종가문화, 우리 정부와 지역사회가 주목해야 할 과거, 현재,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종가들이 나서서 행정의 도움을 받아 기념관, 교육체험관 등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종가회가 추진하는 잠정목록 등재로 종가에게 다가온 기회는 과연 6차산업시대 농촌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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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정에서 다도체험하는 일본인 관광객
충무사 관왕묘비. 진린장군이 임진왜란에 전쟁의 신 관우사당을 건립한 기념비석과 비각이며 충무사 경내에 있어 중국인 추모객들이 매년 찾는 유적이다.
소쇄원을 답사하는 학술답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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