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실망감에 압승 거둬
조국혁신당 등장도 민주당에 호재
조국, 광주 근거지 삼아 세 확산 시도
‘호남 대표당’ 놓고 민주당과 경쟁
국민의힘 비롯 다른 정당들 노력 부족
선거때마다 존재감 미미…인물난도
당선인들, 지역현안 해결에 힘 모아야
존재감 없는 의정활동땐 4년 뒤 회초리

남도일보는 지난 1월 10일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22대 총선 특별취재반’을 가동했다. 총선과 관련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에 최우선을 두고, 광주·전남지역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정치 철학과 능력, 자질은 물론 공약 검증에 치중했다. 특히 유권자들의 작은 목소리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충실하게 취재해 공정하게 보도하는 데 앞장서는데 노력했다. 이에 특별취재반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 방담을 통해 총선 결과에 대한 총평과 그간 보도에 대한 소회와 성과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방담에는 김명식 정치부 국장, 노정훈 정치부 부장, 안세훈·심진석 정치부 차장, 임소연 정치부 서울지사 차장(이하 직함 생략)이 참여했다.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
김명식=선거 후 여러 명의 취재원들과 통화를 했는데 결과에 놀라더라. 호남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지만 전국적으로 이렇게까지 이길 줄 몰랐던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관심이었는데 출구조사를 비롯해 결과 확정에서도 민주당의 압도적 결과에 ‘깜놀’ 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압승, 국민의힘 참패’ 원인을 놓고는 두개로 압축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정부가 ‘내로남불’로 이겼지만 당선 이후 본인들이 내로남불을 하면서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이나 디올백 사건 등 불통과 민생을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다. 또 하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애를 썼지만 안 통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컸다. 즉 민심 이반에 따른 반사이익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보면서 선거 결과에 이어졌다.
노정훈=결국에는 정권 심판론에 국민들이 힘을 실어준 것 같다. 반면 야권에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민심이 무섭다. 나머지 10석 정도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야권에 숙제를 떠넘 긴 것 아닌가 생각된다. 완벽하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국민들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측면이 강했던 것 같다. 결국 야권도 승리하지 못하고 여권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는 야권이나 여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더 잘해야 한다 의미다.
심진석=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은 지켰다. 그렇기 때문에 22대도 21대 처럼 변함없이 반복될 것이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을 야당이 반대하고, 법안을 발의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기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안세훈=기존 21대에서도 ‘여소야대’ 극단의 정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법률안을 내면 대통령 거부권 수순으로. 22대 역시 폐해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당장 조국혁신당에서 1호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내세우겠다 했는데,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 상황도 민주당과 비슷할 것 같다. 앞으로 친윤(친윤석열)계와 비(비윤석열)계간의 다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소연=이번 총선 결과는 출범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의 회초리다. 특히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임명 논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막말 논란 등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반면 여권이 거야 심판론으로 거세게 맞섰지만 역부족 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데는 성공하면서 기존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결과를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반성과 전면 쇄신에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 압승과 조국혁신당 돌풍.
김명식=이번 총선 과정에서 결정적 흐름을 바꾼 것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에게 반전의 물꼬를 튼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을 앞세운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천 파동을 공격할 때 조국혁신당이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흡수하면서 순식간에 비례정당 투표 지지율에서 1, 2위를 넘볼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현상을 불러오면서 민주당이 공천 파동을 딛고 반전할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 본다. 중요한 건 조국 대표가 마지막 유세를 광주에서 할 만큼 조국혁신당은 광주를 베이스 캠프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광주와 전남, 호남을 기반으로 한 세력화를 의미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앞으로의 관계가 재미있을 것 같다.
노정훈=민주당으로선 2월 중순까지는 모멘텀이 없었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라 판단했다. 지역민들이 21대 국회에 대한 무능을 봤기 때문에 통상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경향이 있고, 정치혐오가 당시에는 심했던 것 같다. 대통령을 새로 뽑았지만 민생과 동떨어졌고, 거기에 민주당도 맞서 싸웠지만 힘이 없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치인들 뭐하는 것이냐는 생각에 투표율이 낮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국혁신당이 들어오면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여 막판에 총선 열기가 뜨거워졌다.
안세훈=이낙연, 송영길, 이정현 다 거물급들이다. 이번 총선은 인물론은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정권을 심판하자는 지역민들이 똘똘뭉친 것이다. 여기에는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로 윤석열 정부에 대항해 강한 목소리를 낸 조국혁신당이 역할을 했다. 이렇다보니 전직 여야 대표 등 거물 정치인과 능력을 인정받은 무소속 후보들이 제대로 힘한번 쓰지 못했다. 지역민들이 압도적으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묻지마 정권심판’을 했다.
심진석=조국혁신당이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광주시당을 만들었다. 뉴미디어본부장도 임명했다. 향후 광주에서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보면 형제지만 조만간 경쟁을 하지 않을까 싶다.
김명식=앞서 여야 전직 대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른 정당 이야기도 해보자. 이번에도 존재감이 없었다.
노정훈=국민의힘을 비롯한 민주당 이외 다른 진보 정당 등 결국은 지역민들이 뽑을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하는데 선거때만 반짝 움직이고 끝이다. 그러니 당선은 언감생심이고, 득표율도 저조하다. 그들은 지지 안 해줘서 활동 안 한다고 하는데 지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이 임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인재 영입도 소홀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진보 계열이 몰락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간 광주는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줬지만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려기 보다는 쉽게 말해 노선에만 기댔다. 지역민들이 바라는 목소리에 힘을 내지 않았다.
◇중진이 많아졌지만 초선도 11명.
노정훈=제22대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의원들이 한발씩 타협 양보해서 지역 현안 문제부터 풀어가야한다.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줄 수 없다. 지역 현안도 못 풀면서 대한민국 큰일을 하겠다고 하는 건 모순이다. 이게 결국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당선인들은 선거 과정에서 호남 정치 위상 회복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다양한 지역발전 방안을 약속했다. 약속은 말로만 끝나선 안된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4년 뒤에 ‘현역 물갈이’ 데자뷰가 될 것이다.
안세훈=초선을 포함한 당선인들은 이번 (민주당)공천을 반면교사 삼아서 주목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자칫 지역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않고 각자도생 우려도 나온다. 소신은 필요하지만 양보와 타협이 중요하다. 정치인의 자질 요소 가운데 전문성 보다는 ‘사회 갈등 조정력’을 더 꼽는 이유다. 특히 중진인 박지원, 서삼석, 이개호, 신정훈 당선인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1대에서 전당대회에 지역 의원이 최고위원이 출마해도 안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러웠다. 중진을 중심으로 현안이 있으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서로가 힘을 실어주는 게 필요하다.
심진석=민주당내에 호남 정치인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슈가 됐던 대통령 ‘민생토론회’성사여부였다. 사이드로 취재를 해보니 광주는 대통령실과 연결할 수 있는 루트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초선이 11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앙정치와 우리 지역이랑 연결할 수 있는 고리 역할 할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 지 의문이다. 지역민들도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당장은 대안이 없다. 당선인들은 이 부분도 심각히 생각해 용산(윤석열 대통령)과 소통 가능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임소연=이번 총선 결과는 정권심판론에 대한 선택이지, 민주당이 잘나거나 잘해서 당선된 것이 아니다. 당선인들이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난 4년간 호남 홀대론, 호남 정치 위상 약화, 지역 출신 의원 존재감 부재 등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중진들의 향후 역할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도 상당히 존재한다. 박지원 당선인의 92% 이상의 득표율도 기대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중진을 비롯한 초선들도 지역 민심을 대변하고 국회에서도 정치권 리더로 자리 잡게 되길 바란다. 호남 민심 정국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틀도 다시 마련해야된다.
◇후보 공약 점검 아쉬움
김명식=남도일보 정치부가 1년여간 총선 기사를 많이 썼다. 다양한 포맷을 시도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이 민감하고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지역민들과 유권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달했다. 총선 90일 전에는 특별취재반도 발 빠르게 구성해 시기에 맞춰 ▲격전지를 가다 ▲나도뛴다(군소정당 후보 소개) ▲총선 이슈 포커스 ▲광주전남 18개 선거구 전체 후보 공약 점검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아쉬운 점은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공약 점검을 못한 점이다.
세밀하고 좋은 기사를 만들려면 기자의 열정이 들어가고 시간이 들어가야하는데 다소 조급하게 만들려고하니까 기사를 쓰면서도 부족함이 없지 않았나 아쉬움도 있었다. 우리가 작품을 만들때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개를 담으려 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진 것 같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독자들한테 전달하는 게 좋지 않았을 까 싶다. 평소에 남들이 다루지 않던 기사를 작성해야한다.
안세훈=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민심은 절대 표를 주지않는다. 선거가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당선인의 공약 이행 상황 등 실질적으로 의원 한 명 한 명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광주·전남 의원들이 지역에 안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로운 당선인들은 지역민들과 4년간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정리/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