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무대 존재감 미미…회초리 맞아
민주당서도 변방…갈수록 위상 추락
스스로 도전하고 감동주는 정치 필요
차별화된 가치·비전·정책 제시도

 

4·10총선 광주·전남 당선인들은 지역민의 압도적 지지를 자산삼아 전국적 인물로 성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전남 당선인들이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연합뉴스

제22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호남 정치 복원’이 지역 정치권의 화두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당선인 18명이 어깨에 짊어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4·10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 것도 ‘호남 정치 복원’ 이라는 염원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중차대한 과제를 풀지 못하면 당선인들은 4년 후 ‘현역 물갈이’라는 혹독한 민심의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광주·전남에 현역 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어닥친 걸 이미 경험한 상황이다.

현재 호남 정치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민주·진보 진영의 심장이었던 광주·전남 정치권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변방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더구나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광주·전남 정치권은 민주당 내 또는 전국 정치 지형에서 ‘고립된 섬’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사실상 병풍 역할만을 할 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신들의 지역구에만 얽매였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지역 현안 해결에 총대를 메고 나선 이들도 없다. 그러는 사이 국립의대 유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제2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발전을 위한 해 묵은 과제가 지지부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은 증폭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주말·휴일에 지역구로 내려와 주민들을 만나고 행사장에 참석하는 데 열심이었다.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부에서 호남 정치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민주당 독점 정치구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자산삼아 지역과 국가의 미래·발전을 견인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줄 인물로 성장해야 함에도 국회에서 존재감은 미미했고,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광주·전남 출신 대선 후보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012년 통합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각각 참여했으나 사퇴 또는 패배한 것을 제외하고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수도권 기반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의로 여겨졌던 광주·전남의 존재감이 갈수록 작아진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몇년간 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에 합류하지 못했다. 2020년 양향자 전 의원 이후 민주당 전대 최고위원 선거에서 호남 출신 선출직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대표에 올랐지만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후 정치력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출마했던 광주 광산을 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다시 중앙 무대에서 호남 정치를 복원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오랜기간 정치적 소외감과 상실감을 지니고 살아온 광주·전남 지역민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리더를 원하고 있다. 당선인들이 DJ처럼 갖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광주·전남 당선인들이 향후 4년간 국회에서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치인은 정치만 잘해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비전, 경제발전, 국민통합 등 국가의 리더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며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더 공부하고 토론하는 등 노력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구조는 결국 광주·전남지역에서 큰 정치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지역에서는 그저 금배지만 달려고 하는 목적만 가진 정치인들만 있게 되고 지역사회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큰 인물이 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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