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무래도 그 지방실권자(地方實權者) 유진사의 지시였으니 화선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어길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조대감은 마지못해 화선을 처소(處所)로 곧장 받아들이고 말았다. 고향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와 공무(公務)를 보고 있었으니 객고(客苦)를 앓는 처지라 매일 밤 고독(孤獨)하였던 것이었다. 물론 관아에서 종사하는 무리가 있었으니 먹고 살기야 불편할 리가 없었고, 또 관기(官妓)가 있어 쓸쓸함을 달랠 수가 있었다고는 하나 젊고 어여쁜 데다가 영특하기까지 한 마음에 쏙 드는 저 화선이만 하랴!
그날부터 조대감과 화선의 깨가 쏟아지는 이른바 재미나고 뜨거운 신혼(新婚)살림이 시작되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그것이 화근(禍根)이 되어 조대감은 불행하게도 파직낙향(罷職落鄕)하고 말았던 것이 아니었던가!
과거급제하여 평생 관리가 되어 마음대로 행세하며 돈이든 여자든 그 식색지성(食色之性)이란 것을 마음대로 부려 누리고 써도 탈이 없었건만, 어째 화선과의 관계는 고통(苦痛)스러운 파국(破局)을 몰고 온 것이었다. 아무나 준다고 그저 꿀꺽꿀꺽 받아 삼켰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것을, 조대감은 아직껏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무서운 사건들은 모조리 줄을 잘못 서거나 요령이 없는 탐욕 탓으로 자업자득(自業自得) 스스로 불러온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조대감에게도 그 불행은 절대로 비켜 가지 않았다. 유진사가 보낸 화선이라는 총명하고 아름다운 기녀는 그대로 독(毒)이 든 커다란 미끼가 아니었던가? 월왕 구천은 미인계(美人計)를 써서 오왕 부차를 거꾸러뜨리려는 재상(宰相) 범려의 책략(策略)을 받아들이고, 천하미인(天下美人) 서시와 정단 두 젊은 여인을 부차에게 보냈다.
그것은 본 오나라의 충신 오자서는 왕 부차에게 말했다.
"대왕! 저 두 미인 중 정단은 받아들여도 좋으나, 서시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허흠! 어찌하여 그러는가?"
서시와 정단 두 미녀를 보자 마음이 홀딱 빼앗긴 부차는 마땅찮은 눈빛으로 오자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자서는 그런 부차를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이 선 듯 숨김없이 말했다.
"대왕! 저 두 미녀를 소신(小臣)이 살펴본즉, 저 정단은 성 하나를 망하게 할 정도의 미색(美色)이나, 저 서시는 결단코 나라를 망하게 할 미색입니다. 그러하니 저 서시는 절대로 취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하하하하하! 오자서 선생! 무슨 그런 경망(輕妄)한 말씀을 하시오! 내 아니 들은 것으로 하겠소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부차는 그 자리에서 호방(豪放)하게 웃으며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오자서의 말을 딱 잘라 거부(拒否)해 버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