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무언가 나름 교육방법(敎育方法)에 대한 깊은 뜻이 있는 윤처사라 하더라도 절친한 벗의 귀한 외동아들을 일 년 내내 그놈의 ‘하늘 천(天)’ 타령이나 하면서 나무지게나 등에 짊어지게 하여, 설마 정말로 나무꾼을 만들려고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조대감은 애초부터 지레짐작 깊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한낮이 되어서야 조대감은 윤처사 집에 당도하였다. 지난번처럼 마침 점심때가 당도하였을 무렵이었다. 윤처사는 대청마루 서당(書堂)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윤처사는 급히 말에서 내려 사내종에게 말 고삐를 바삐 건네주고는 마련해온 음식들을 내려 서당으로 가져오도록 하라고는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 년 동안이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들 옥동을 보지 못하였으니 조대감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바빴던 것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컸을까? 지금은 분명히 서당 아이들 가운데 앉아 글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겠지!’ 하는 잔뜩 부푼 기대(期待)가 조대감을 서두르게 하였던 것이었다.

윤처사가 강설(講說)을 하는 서당 마루로 번쩍 걸어간 조대감은 윤처사와 반가운 눈인사를 하고는 콩나물시루 안의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앉아있는 아이들에게로 얼른 눈을 돌렸다.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번개처럼 재빠르게 훑어보는 조대감의 가슴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벌떡 뛰었다. 그 가슴을 가까스로 다 잡으며 조대감은 아이들의 얼굴을 눈여겨보는 것이었다.

‘어어! 어어음!……흠! 우리 아들 옥동이 어디에 앉아있는 것이냐?’

마치 어미 닭이 제 새끼병아리 찾는 눈빛 번뜩이듯 조대감은 확 하고 타들어오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제 새끼를 찾아 헤매는 것이었다.

‘서서 설마! 지금도 나무지게 짊어지고 하늘 찾느라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하는 것은 정말로 아니겠지?’

조대감이 휭하니 아이들을 찰나에 휘둘러보는데 ‘아아! 저저 저기! 아들 옥동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 눈빛이 조대감을 보고 빙그레 웃어 보이는데 분명 그놈이 아들 옥동이였다. 조대감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기쁨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그놈을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아! 그 그런데……오오, 옥동이 아니지 않은가!’ 조대감은 생김새가 옥동과 비슷한 녀석을 한동안 눈 여기다가 그만 천만낙심(千萬落心)한 눈빛을 떨구고 말았던 것이었다.

"어허! 조대감 오랜만에 오셨구려!"

그때 윤처사가 조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그 그래! 윤처사! 내내 내가 너너 너무, 무무 무심(無心)하였으이!……"

조대감이 윤처사를 바라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찾던 아들 옥동이 눈에 보이지 않자 조대감은 대번 자신도 모르게 상심(傷心)하여 납덩이 같은 무거운 마음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계속>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