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래! 조대감, 먼길 오셨네!"
윤처사가 말했다.
"어 어어흠!…… 그그 그래!"
조대감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마침 사내종이 말 등 위에 실어온 음식들을 가져오자 서당 마루에 올려놓게 했다.
서당 아이들이 일제히 조대감이 가져온 음식 보따리로 눈길을 보내는 것이었다.
"자자! 아이들아! 점심때가 되었구나! 어서 이걸 먹고 글공부하여라!"
조대감이 아이들을 보고 말했다.
"아니, 조대감! 또 그렇게 많은 것을 가져오셨단 말인가? 그래! 고마우이!"
윤처사가 말을 하면서 조대감이 가져온 음식 보따리를 풀고 아이들에게 먹게 했다. 기름에 튀긴 각종 전과 고기와 떡 그리고 과일들이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서당 아이들이 일어나 조대감을 바라보고 일제히 절을 했다.
"그래! 그래! 잘 드시게나!"
조대감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들 옥동이 눈에 보이지 않아 몹시 섭섭하였으나 그 자리에서 어떠한 내색도 조대감은 할 수는 없었다. 속 좁은 옹졸한 모습을 절대로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조대감은 일부러 태연(泰然)함을 가장(假裝)하고는 아이들을 보고 너그러운 할아버지처럼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억지웃음인지라 조금 어색해 보이기는 했으나 잔뜩 밀려온 커다란 상실감(喪失感)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조대감 가세나! 우리도 점심을 먹세나!"
윤처사가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도록 하고는 사랑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조대감은 휘청거리는 발걸음을 겨우 추스르며 윤처사를 따라 사랑방에 들었다.
"어허! 조대감 얼굴 본지가 딱, 일 년 만이 아니신가? 그동안 가내 별고(別故) 없으신가?"
윤처사가 말했다.
"으음! 그렇다네! 아들 옥동을 잘 간수(看守)해주시는 덕분(德分)에 우리 내외 마음 편하게 잘 있으이!……"
조대감이 말했다.
잠시 후 점심상이 들어오자 조대감과 윤처사는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 점심상에 조대감이 가져온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조대감은 이 음식은 또 지난번처럼 아들 옥동은 하나도 먹일 수 없을 것을 생각하니 순간 밥 입맛이 삼천리(三千里) 밖으로 뚝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계속>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1 천만낙심(千萬落心)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0 확신추측(確信推測)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29 구미진동(口味振動)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28 호주호색(好酒好色)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27 파면철퇴(罷免鐵槌)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3 작정결의(作定決意)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4 땅 지(地)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5 곤위지(坤爲地)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6 춘화추실(春花秋實)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7 노화창기(路花娼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