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은 낙망(落望)한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밥맛없는 밥을 겨우 먹었다. 말없이 밥을 먹은 조대감은, 오후 글공부를 위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러 윤처사가 서당으로 가자 슬그머니 옥동이 나무해다 쌓아놓은 집 뒤 헛간으로 가보았다. 헛간 앞에 가본 조대감은 산더미처럼 가지런하게 쌓아 올린 장작더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도 지난 일 년 새 옥동은 저 나무를 해 나르라고 무척 힘이 들었을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한 조대감은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어어 어어흠!……"
조대감은 애써 솟아오르는 눈물을 눌러 참으며 옥동의 손이 갔을 산처럼 쌓아 올린 나무를 손으로 매만져보는 것이었다. 이 시각 옥동은 또 산에 올라 하늘 찾는다고 나무를 하는 것일까? 조대감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사랑방으로 향했다. 조대감은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고민(苦悶)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속 좁게 삐져서 아들 얼굴도 보지 않고 가는 모습으로 비치면 절대로 아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옥동의 얼굴은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아니다. 그리운 아들을 반드시 만나야 했던 것이었다.
하루 내내 해가 질 석양(夕陽)을 기다리며 사랑방 앞에 서성이며 초조(焦燥)하게 가슴 졸이며 나무지게를 지고 올 옥동을 떠올리며 슬금슬금 대문에 눈을 두고 있는 조대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문 안으로 황소를 몰고 지게에 흙 묻은 쟁기를 지고 오는 앳된 소년(少年)이 보였다. 건성으로 그 소년을 바라보던 조대감의 눈빛이 찰나(刹那)에 경풍(驚風)을 일으키듯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그 소년은 다름 아닌 아들 옥동이였다. 커다란 나무지게를 지고 들어올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커다란 황소를 몰고 쟁기를 지고 오다니! ‘아아아아아아악!’ 조대감은 속으로 송곳처럼 날 선 비명을 끝없이 질러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아! 아버님 오셨습니까?"
쟁기를 지고 오는 옥동이 조대감을 보고 말했다.
"그그 그래! 오오오……오옥, 옥동아! 이이 무무 무슨 일이냐?"
조대감이 말했다.
"스스 스승님께서……이 이랴! 이랴차! 워! 워!"
옥동이 대답을 하려다 말고 황소가 머뭇거리자 고삐를 당기며 사납게 호통(號筒)을 치는 것이었다.
"아버님! 소자(小子), 우선 이 황소를 외양간에 넣고 오겠습니다!"
옥동이 황소를 몰고는 외양간이 있는 헛간으로 쟁기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었다.
그날 밤 조대감은 아들 옥동과 사랑방에서 저녁을 먹고는 일 년 만에 한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찌하여 아들 옥동이 황소를 몰고 쟁기질을 하는 것인가? 윤처사 이 자가 스승이랍시고 남의 집 귀한 외동아들을 정말로 상머슴을 만들자고 아예 작정결의(作定決意)한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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