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추모식서 유가족들 마지막 편지 낭독
고인 생전 마지막 담은 추모 영상도 상영
박한신 대표, 자원봉사자 등에 감사 인사도

 

18일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는 1229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18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동 추모식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사고 희생자들을 목놓아 부르는 유가족들의 오열과 추모식에 참여한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 시민이 남몰래 훔친 눈물로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만 맴돌았다.

이날 합동추모식은 고인의 한을 푸는 진도 씻김굿을 시작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념과 헌화,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남겨진 유가족들의 마지막 인사가 모든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의 추모사를 시작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은 이날 합동추모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눈물 짓게 만들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한겨울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번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모든 내외빈과 관심을 갖고 자리를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 유가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그들이 떠난지 20여 일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저희 유가족의 시간은 사고가 나기 이전에 멈춰 있다"며 "남아있는 자들은 남아있는 자들의 몫을 다하고, 그분들이 이루고자했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 나중에 하늘에서 다시 만났을 때 환하게 웃으며 당신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싶다.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게 돌아가신 그들에게 이번 참사의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거짓도 숨김도 없이 명확하게 해주시길 바란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 유가족과 저희 참사에 관심을 가져주신모든 국민에게 설명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헌화하는 유가족 대표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에서 유가족 대표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최악의 항공 참사로 남게 됐다. 무안/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추모식의 비통함은 절정에 달했다.

화면 속에 담긴 희생자들의 모습은 한없이 행복하고 밝은 모습이어서다.

이를 본 유가족들은 저마다 가족의 이름을 불으며 울부짖었다.

추모영상이 끝나자 유가족들의 편지 낭독이 이어지면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아버지 생각에 눈물 지은 딸 윤모 씨는 "지난 2주가 꿈처럼 지나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아빠'하고 부르면 대답해 주실 것만 같은데 이제는 어디에서도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며 "떠난 곳에서는 고통 다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갖고 기다리셔야 해요. 아빠는 떠나시는 그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 아빠"라고 말했다.

또다른 든든한 멘토를 잃은 딸 김모 씨는 "지난 12월 29일 아침 아니길 바라며 통화 버튼을 백 번은 넘게 누른것 같다. 살아서 만나길, 꼭 다시 볼 수 있길 기도했지만 다음날 새벽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마주하게 됐다"며 "하루 아침에 아빠를 보지 못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한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해드릴껄 후회된다.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황량하고 공허한 이 순간 당신의 따뜻한 미소가 너무 보고 싶다. 하지만 당신과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비통하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파하지도 말고 친구분들과 함께 즐겁게 술 한잔 마시면서 행복하길 바래요.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다. 당신과 했던 모둔 순간들을 기억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먼저보낸 김모 씨는 "내 모든것이었던 아내와 딸을 잃었다. 처음에는 살아만 있길, 다음에는 찾을 수만 있기를, 마지막에는 온전히 찾을 수만 있기를…절망감 속에 다른 유족들께는 죄송하지만 저에게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며 "아내의 품에 안겨있었던 딸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세상의 어떤 말이나 글로 위로가 될 수 없듯이 이 외로움의 값을 아내와 딸을 사랑해주시고 남겨주신 분들과 함께 봉사하며 갗아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 약속한게 있다. 지금은 볼때마다 영상을 보며 눈물이 나지만, 추억하고 되새기려고 한다"며 "이제는 저를 포함한 남은자들은 이별을 맞이했지만 2024년 끝자락 별이 된 179명 모두가 평온한 별이 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날 합동추모식은 박한신 유가족 대표의 감사인사로 끝을 매졌다.

박 대표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 다 지켜봐 주신 우리 유가족분들, 그리고 먼 걸음 해주신 의원님과 정부 관계자분들, 사고 수습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국토부 장·차관님들, 그리고 전라남도도지사님과 광주광역시장님, 무안군수님, 전국에서 모여주신 자원봉사자님들, 장례지도사님, 소방·경찰, 누구 하나 저희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기사 하나라도 조심스럽게 써주신 기자님들까지 모두 감사인사 드린다"며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저희들이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다. 저희 대표자를 대신해 정부에 있는 모든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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