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2030년 168조 전망
헬스케어·의료·금융 등 확대
소비 변화…여가·문화 수요↑
단순 돌봄 넘어 자립 중심 전환
"정부 제도적 뒷받침 필수" 강조

광주·전남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언급되던 ‘실버산업’이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 금융, 주거, 여가 등 전 분야에서 고령층 맞춤형 서비스가 확대되며 단순한 돌봄을 넘어 고령층을 핵심 소비층으로 보는 ‘실버경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3년 90조 원을 돌파했다. 2030년에는 16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건강 관리에 대한 고령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웨어러블 건강 모니터링 기기, 스마트 복약 알림 서비스, AI 진단 프로그램 등이 상용화되면서 병원 방문이 어려운 고령자의 건강 관리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실제 광주 한 의료기기 업체는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해 요양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전남도 지자체 주도로 복약 알림과 응급 호출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거 분야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존 요양시설이나 방문요양 중심에서 벗어나, 의료와 주거를 결합한 실버타운이나 복지시설과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고령자 친화형 주거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 한 실버타운 운영자는 "단순히 돌봐주는 것을 넘어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형태로 고령자 주거 서비스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립성과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하는 실버산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상품도 다변화되고 있다. 연금보험, 장기요양보험 외에도 주택을 담보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는 주택연금(리버스모기지), 고령층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상속·증여 상담, 노년층 특화 대출 상품 등 실버금융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은퇴 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추구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 성향 변화도 주목된다. 과거에는 의료비와 생계비 지출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여행, 문화, 자기 계발 등 여가 중심 소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은퇴자를 겨냥한 크루즈, 건강 테마 여행 등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학과 문화센터도 노년층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버산업이 초고령사회에서 경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고, 실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면서 "노인 일자리 확대, 연금 제도 개혁, 의료 접근성 개선 등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의 그늘을 줄이고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민간의 혁신과 공공의 전략적 투자가 함께 맞물려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끝>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