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더강한시민사회연구소장)

지난해 12월 3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 이후 우리는 깊은 혼돈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는 단지 하나의 정치적 사건을 넘어섰다. 자신의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반헌법적 내란획책으로 헌법재판소는 판결했다. 이는 우리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고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불씨가 되었고 이후 근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마치 ‘내전’과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 탄핵안 국회 의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현직 대통령의 구속과 관저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국민생명과 국가안보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지극히 불안정한 체제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오고있는 중이다. 이래도 대한민국은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들 정도이다.
최근 대선정국으로 진입하면서 일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더욱 더 많은 불안감과 실망감을 가중시켜주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자이자 제1야당 전 대표를 둘러싼 사법적 문제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정치가 생사여탈권을 쥔 법원의 판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단일화를 놓고 벌이는 후보자 파동으로 국민의 정치적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정치 상황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지고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은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의 소중한 에너지는 불필요하게 소진되고 있으며, 정작 돌봐야 할 국민의 일상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라지만 일자리가 줄고 지역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을 실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건물마다 임대 상가가 늘어나고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점포를 철시하는 상가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만큼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민생경제는 무너져 있다.
노동절과 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이 끼어있는 황금연휴기간 동안 시내 상가를 비롯한 전통시장은 기대했던 지역경제 특수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인데도 거리마다 시내 상가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고, 아침부터 자판을 깔고 판매하는 시장 상인들의 하루는 적막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러한 여파는 종교적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듯 하다. 부처님 오신날 인근 사찰에서도 예년에 비해 현저히 방문객 수가 줄었을 정도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치가 우리사회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아니 정치가 우리 공동체의 희망마저 없애는 죄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장기간 동안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했던 때가 또 있었을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원칙 없이 이어지는 정치권의 권력 쟁탈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까지 느끼게 할 지경이다.
특히,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자신의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상황이라면,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공당으로서 당당하고 깨끗하게 차기 선거에서 손을 떼야 마땅한 도리이다. 적어도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 과정에 여전히 추한 모습으로 나서고 있는데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새로운 나라를 향해 그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친 국민들의 일상을 향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음도 함께 밝힌다.
이제는 정말 자중해야 할 때이다. 이 길고 어두운 혼돈의 터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치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는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멈추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며,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펼쳐주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 길만이 국민의 일상과 민생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