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상(남도일보 뉴미디어국장)

이재명 대통령과 1기 내각.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1기 내각.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는 명확했다. 정권 초기 즉시 전력감 착출과 동시에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이었다.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벌써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역시 단숨에 ‘이재명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우상호 정무수석도 광역단체장 후보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당 대표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돋보인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유력한 미래 자산이다. 여기에 민주당 4선 이상 의원 23명은 언제든지 대통령실이나 세종정부청사로 출근할 수 있다.

이 대통령 집권으로 범여권의 미래 정치자산이 대폭 늘었다.

이재명 시대를 맞아 광주·전남 미래권력도 열렸을까. 정은경 등 지역출신 장관 3명은 모두 관료형이다. 장관을 디딤돌 삼아 정치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2기 내각에 발탁될 만한 인물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노무현 같은 스타 정치인이 등장할 것 같지도 않다. 이러다보니 광주·전남은 미래권력의 무풍지대, 정치적 사막 같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고령 진입에 시민사회 고갈

첫째, 여의도권력 자산의 결핍이다. 광주는 한 명 빼고 죄다 초선 의원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번에 걸쳐 파괴적 물갈이가 반복됐다.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결과다.

여의도 정치는 ‘선수(選數)가 깡패’라고 한다. 재선 의원은 국회 상임위 간사, 3선은 상임위원장, 3선 이상은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넘본다, 철저하게 ‘선수 신분제 ’가 작동한다. 초선은 그저 초짜로 여기니 광주 의원들이 뜰 수가 없다. 전남에 3~5선 의원이 네 명 있지만, 중앙정치보다는 지방선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게다가 연령대도 대부분 60대 중반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청문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민의힘 위원이 "정말로 지난 10년 동안 해외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지역구 관리하느라 해외 나갈 겨를이 없었다." 그 흔한 의원 외교도 가지 않았다.

그의 지역구는 경기도 동두천·양주시·연천군이다. 대표적인 접경 보수 지역이다. 과연 광주 의원들은 정 의원만큼 지역구 관리를 했는가. 지역관리 부실, 물갈이의 악순환이었다.

광주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뉴시스
광주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뉴시스

둘째, 초선 진입 시기의 고령화다. 광주·전남은 주로 퇴직 관료 그룹이 총선에 나가다 보니 60세를 넘기기 일쑤다. 광주의 경우 정준호 의원(40대)을 제외하면 초선 평균 연령이 59.6세다. 만 60세에 초선이 되고, 재선에 도전할 즈음이면 이미 60대 중반, 재선하면 70세가 어른거린다.

반면에 범여권 미래자산인 김민석 총리는 32세에 여의도에 입도했다. 정성호 의원 43세, 정청래 의원 39세, 박찬대 의원 49세, 강훈식 비서실장은 43세에 초선이었다. 광주·전남에서 고령 초선이 반복되는 한 중앙정치의 소외와 재선 배지만 달면 시장·도지사로 낙향하려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셋째, 시민사회 인력풀의 고갈이다. 과거 광주 시민사회는 정치적 리더를 길러내고 배출하는 파이프라인이었다. 노무현 정부 인사수석에 발탁된 정찬용 씨는 당시 광주 YMCA 사무총장으로, 겨우(?) 52세였다.

지금 광주 시민사회는 10~20년 동안 같은 얼굴이 대표성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50대 활동가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인물 중심의 정치 빌드업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한다. 광주·전남이 다시 정치적 미래를 열려면 장기적인 인물 중심 빌드업이 필요하다. 지방의원이 단체장으로, 단체장이 국회로 진입하는 성장 사다리가 통해야 한다.

인물 빌드업의 첫발은 내년 지방선거다. 시·도의원 중에서 키울 사람을 찾아 보자. 혁신적 기초단체장들도 잘 챙겨봐야 한다. 강진, 신안의 자치 성과가 정치적 자산으로 축적돼야 한다. 청년 도전자들을 더 응원하자. 고교 동문 마다 건강한 후원모임을 만들면 어떤가.

이재명 대통령도 2006년 성남시장 낙선(42세) 이후 20년 만에 그 자리에 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54년 민의원 선거에 낙마(30세) 한 지 44년이 지나 대통령이 됐다.

60대 초선, 4년마다 87.5% 물갈이, 잘하든 못하든 초·재선에서 정리해고 당하는 시·도의원…. 이래서는 5년, 10년 후 미래 권력은 없다.

이건상 뉴미디어국장
이건상 뉴미디어국장

/ 이건상 남도일보 뉴미디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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