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 전 강진관광재단 대표

①현 지역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축제를 왜 해왔고 앞으로도 왜 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월대보름 행사나 민속 중심의 축제들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주민이 직접 참여해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 만들어지는 축제들은 관(官) 주도로 이뤄져 방문객 유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때문에 정작 지역민 관심과 참여는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축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또 지역민 참여 행사는 선거법 해석 문제로 단체장이 불이익을 우려하는 탓에 지원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외부 방문객을 중심으로 축제가 기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축제 성과를 방문객 수로만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정량적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주민에게 얼마나 실질적 이득이 돌아갔는지,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있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②차별화 된 축제를 위한 필수 조건은
축제뿐 아니라 관광 전반에서 ‘베끼기’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케이블카, 짚라인, 출렁다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방문객이 지역을 찾는 이유는 고유성과 정체성을 느끼기 위해서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서둘러 차용하다 보면 결국 차별성은 사라지고 만다.
진정한 차별화는 지역 주민과 외부인의 시선이 함께 모여 ‘지역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축제 기획과 운영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대행사나 축제감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기획 시간을 충분히 두고 주민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한다면 훨씬 지역색 짙은 축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담당 공무원이 축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③연예인 중심 축제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6년부터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의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가 반영된다. 이를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관광객 유치이고, 이에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축제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잘된 축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잘된 축제는 결국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도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민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대중성과 지역성이 함께하는 축제, 그것이 이상적인 모델일 것이다.
최근 김천의 ‘김밥축제’처럼 지역 정체성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끌어낸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공급자 중심 축제에서 수요자 중심 축제로 변화를 보여준 사례다. 앞으로 지역 축제는 고유한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거나, 혹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차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④‘잘된 축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예인을 활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방문객을 늘리기 위함이다. 팬덤 문화가 결합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축제가 연예인 행사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다른 축제 콘텐츠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지역 차원을 넘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행사라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수 행사비가 대학축제와 지방축제를 통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축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정리/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