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라남도 다문화 박람회 이모저모
안전체험·진학상담 등 홍보부스 ‘다양’
언어는 달라도문화로 하나되는 ‘화합의 장’
세간살이 가득 채운 경품 추첨에 ‘함박 웃음’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이 주최하고 남도일보와 전남도사회서비스원이 주관한 ‘2025 전라남도 다문화가족 박람회’가 지난 27일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날 행사에는 다문화 가족과 방문객 2천여명이 참여해 다채로운 공연 관람과 함께 푸짐한 경품을 받는 등 ‘모두가 하나’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전남, 언어·춤·노래로 하나되다
전남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소개하는 ‘이중언어 페스티벌’이 열리자 행사장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전남 22개 시·군에서 모인 지역민과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선보이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는 흥겨움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목포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라틴 음악에 맞춘 경쾌한 댄스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영산고등학교 학생들은 ‘두 언어로 보는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섰다. 이수아·꾸인·하비 학생은 건배 문화와 식사 예절, 칼 사용법 등 일상 속 차이점을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와 함께 유쾌한 만담으로 풀어냈다. 객석 곳곳에 앉아 있던 베트남 출신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 얘기를 이렇게 무대에서 듣게 될 줄 몰랐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분위기는 EDM과 K-POP이 어우러진 댄스 무대로 절정에 달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전통과 현대가 섞인 춤, SNS에서 유행하는 릴스 댄스, 그리고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에 맞춘 무대가 이어지자 객석에 있던 시민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따라 하며 열기를 더했다. 각국의 히트곡에 맞춘 안무까지 등장하자 행사장은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벌교여자중학교 윤하민 학생은 일본 도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도쿄타워, 아사쿠사의 센소지, 시부야의 활기찬 거리를 또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며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대미는 화순초등학교 학생들의 무대가 장식했다. 아이들은 ‘지구의 안녕’을 주제로 귀여운 율동을 선보이며 "세계는 하나, 지구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푸짐한 경품에 양손 ‘가득’ 얼굴엔 웃음꽃
"우와, 65인치 TV!"
프로그램 중간중간 추첨이 진행되자 행사장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65인치 TV를 비롯해 전자레인지, 토스트기, 냄비 세트 등 다양한 경품이 준비돼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행운의 주인공은 곡성군에 거주하는 보홍 디엠·이은희 씨와 영광군 가족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수현 씨 등이였다. 두 사람에게는 행사 최대 경품인 65인치 TV가 돌아갔다. 특히 이수현 씨는 수상의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경품을 타게 돼 기쁘다. 집에 있는 TV가 올해로 꼭 10년 됐는데, 이제 바꾸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며 "좋은 행사에 우리 다문화팀과 함께 참여해 행복한 추억도 만들고, 선물까지 받게 돼 더없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품 행사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참가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피우게 했다. 시민들은 두 손 가득 선물을 안고 행사장을 나서며 "양손은 무겁게, 가슴에는 벅찬 추억을 새겼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축제 속 축제 ‘체험·홍보부스’도 ‘바글바글’
이날 행사엔 메인 행사 외에도 다문화 체험·홍보부스가 다문화 가족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종합안내를 포함해 ▲플레이존 ▲워크존 ▲푸드존 등 실외에 24개 부스가 설치됐다.
행사가 시작되자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가 운영하는 베트남 전통문화(의상·악기) 부스에 구경객들이 모여들었다.

영암군에 위치한 구림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호 반 통(17)군과 응우옌 호 안 낌(16·여), 팜 낌 아 인(16·여)양은 옷과 모자를 입고 베트남 전통 악기와 함께 부스를 돌아다녔다.
이들의 홍보 효과는 뛰어났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수군수군’ 거리던 다른 팀들은 "우리도 입어 보자"며 부스를 찾아다녔다.
이들은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한국에서 베트남 문화를 알릴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민족의 전통과 더 가까운 느낌이고 멀리 한국 땅에서도 베트남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 생활을 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트남 전통옷 체험은 교민회 위원이자 각각 전남대·동신대 베트남유학생회 회장을 맡은 김혜민(24·여)씨와 린(25·여)씨가 담당했다.
이들의 부스 앞에는 옷을 빌려 입고 기념촬영을 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는 사람들도 가득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베트남의 오락 ‘오안관’도 소개하며 "한국에 베트남에 대해서, 베트남 문화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행사는 처음 참여 했는데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보니 설렌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줘서 기쁘다. 한국과 베트남이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로 옆에서는 ‘베트남 음식’을 바로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반미 샌드위치 5천 원, 월남쌈 6천 원, 고수 등 식재료 2천 원으로 ‘베트남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스 앞에서는 음식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형성돼 ‘흑백요리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
◇‘아장아장’ 막내들도 다문화 체험
"8점! 10점!"
직접 걸어서 다문화 박람회에 참여한 가족들 중 막내들도 즐거운 할 때를 보냈다.
이로아·이로운(5) 군은 부모님과 함께 다문화 체험을 하러 왔다. 직접 활을 당긴 두 아이들은 아버지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과녁을 맞췄다.
상품으로 받은 사탕과 과자 모음을 꼭 쥔 두 사람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버지 이용철(50)씨는 "애들 엄마가 박람회 소식을 듣고 함께 와보자고 해서 왔다. 아직 활쏘기 밖에 못했다. 다른 부스도 다 돌아볼 예정"이라며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겠다. 가족들이 좋은 추억을 쌓고 앞으로도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참가자들이 10점 맞추기에 도전했다.
가족·친구들이 활 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왜 10점을 못 맞추냐"고 지적하던 구경꾼들도 직접 해보니 "어렵다"며 손을 절래절래 흔들기도 했다.

◇‘안전·건강도 잊지마세요’
다문화박람회를 방문한 남학생들의 시선을 끄는 건 단연코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이었다.
119안전 체험의 ‘첫 방문자’ 타이틀은 ‘이중언어 페스티벌’에 참여코자 방문한 화순초등학교 학생들이 얻었다.
학생들은 직접 소방복도 입고 무거운 물탱크도 메보는 체험과 함께 차량 안으로 들어가 각종 비상상황 시 대처방법 등에 대해서 배웠다.
이어서 구급 조치 등에 대해서도 체험을 이어갔다.
김도경(13·6학년)군은 "친구들 14명과 베트남 노래 ‘이 지구는 우리의 것입니다’를 부를 예정이다"며 "그 전에 소방대원 체험을 해서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짝을 이뤄 체험을 진행한 서지우(13)군도 "소방복을 입으니 너무 더워서 여름에 고생하실 것 같다. 힘듦이 이해가 됐다. 응원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 고민있어요"…진학 상담도
박람회 행사장 외부에는 ‘에듀존’과 ‘기관존’이 설치돼 다문화 가족 학생·부모님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지원했다.
전라남도 교육청의 부스 중 ‘다문화 진로진학 탐험대 출동’! 부스에는 학생들이 진학, 대입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받기도 했다.
오전에만 3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전라남도교육청 상담센터 김정현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들은 대입 시 ‘다문화 전형’으로 가지만 정원에 포함되는 인원이다. 언어 등 상대적 어려움이 있는데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부모들도 본인의 출신 국가 시스템과 다르다 보니 학교 생활·진학 심지어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 등 전방위적인 상담을 하러 온다"고 설명했다.
이름은 비밀로 해달라던 한 학생(15·여)도 "공부를 잘 못하는데 한국에서는 대학에 가는 게 좋다고 들었다"며 "더 공부하고 노력하겠지만 벌써 걱정이 된다. 불안한 마음에 혹시 몰라 진로 상담을 받아 봤다"고 말하며 대한민국 교육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바로 옆의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는 ‘비자·노무상담’ 등을 진행했으며,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 센터는 ‘감염병 예방’을 홍보했다.

◇문화예술 경연대회로 화려한 피날레
"힘차게! 화이팅!"
구호와 박수, 환호가 뒤섞인 무대 위는 그야말로 한 편의 축제였다. 2025 전남도 다문화박람회가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선보이는 경연대회로 막을 내렸다.
이날 무대에는 전남도 내 각 시·군에서 모인 10개 팀이 올랐다.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장흥군 ‘트윙클’의 발랄한 댄스를 시작으로, 완도군 달빛댄스동아리의 무대, 광양시 ‘내사랑 인도네시아’의 이국적 공연, 목포시 ‘울림의 소리’의 한국 전통춤인 경고무까지 이어졌다. 화순군의 ‘일본 화정’팀은 뮤지컬을 선보였고, 영암군 ‘킹덤’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도군 ‘힐링 가족난타’와 나주시 ‘락 타이’, 곡성군 ‘투드림 난타Ⅱ’, 구례군 ‘TODAY’의 공연이 이어지며 관객석은 환호로 가득 찼다.
무대는 장르도 국적도 달랐지만 열정만큼은 같았다. 참가자들은 전통춤과 K-POP 댄스, 난타, 뮤지컬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하나 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한 관람객은 "아이들부터 이주여성까지 함께하는 무대라 더 감동적이었다"며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무대를 빛낸 건 공연팀만이 아니었다. 객석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지역 다문화센터 관계자들은 LED 머리띠를 흔들고, 손바닥 응원 도구로 박자를 맞췄으며, 화려한 현수막을 펼쳐 응원전을 펼쳤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 순간, 현장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대상의 영예는 뮤지컬로 많은 지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화순군의 ‘일본 화정’에게 돌아갔다. 일본 화정은 고향을 떠나 전남 화순군으로 시집을 온 이주여성의 삶을 노랫말에 녹여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외에 우수상(2팀)은 광양시의 내사랑 인도네시아와 곡성군 투드림 난타Ⅱ이, 장려상(3팀)은 완도군 달빛댄스동아리와 나주시 락 타이, 장흥군 트윙클에게 주어졌다.
이번 문화예술 경연대회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참가자와 관객 모두가 만들어낸 뜨거운 열정 속에, 2025 전남도 다문화박람회는 성대한 막을 내렸다.
/정희윤 기자·/김성빈 기자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