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의미와 전망
2050년 상용화 전초기지 역할 기대
200개 기업·1만개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균형발전 향방 가를 ‘분수령’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에서 개최된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윤병태 나주시장 등 참석자들이 유치를 기원하는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꿈의 에너지’ 쟁탈전에 소리 없는 총성이 울렸다. 전남 나주시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이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오는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인공태양 연구시설’은 단순한 1조2천억원 규모의 국가 R&D 시설이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미래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이자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가 균형발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태양 연구시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공태양 실험로와 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개별 핵심 기술 개발과 기술 실증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인공태양 연구시설’ 공모에 나섰다.

‘핵융합 에너지 실현가속화 전략’을 통한 정부의 ‘1조2천억원’ 투자 발표가 구체화된 것이다.

공모 명칭은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총 사업비 1조 2천억원 전액이 국비로 투입되며, 부지매입 및 전력, 용수, 가스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사업기간은 2027년~2036년까지 10년간이지만 인프라 구축은 5년 이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 사업 내용은 ▲한국형 혁신형 핵융합로 구현 핵심기술 개발사업(3천500억원) ▲핵심기술 실증을 위한 핵심 연구 실증 기반(인프라) 구축(8천500억원) 등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국내 핵융합 기술이 ‘과학(연구)’ 단계를 넘어 ‘산업(실증)’ 단계로 진입하는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현재 대전에 들어선 세계 최초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의 성공을 바탕으로 2050년 전기 생산을 목표로 한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K-DEMO)’를 추진 중이다. K-DEMO를 짓기 위해서는 초전도 자석, 증식블랑켓, 디버터 등 수많은 핵심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다.

이번 사업은 핵융합 핵심 기술 7개 분야를 개발하고, 5개의 관련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는 ‘R&D 클러스터’를 만드는 사업이다. ‘과학’과 ‘산업’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셈이다.

◇지역 산업 지도 ‘확 바뀐다’

각 지자체가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는 막대한 파급효과 때문이다. 먼저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장기적으로 인공태양 클러스터 활성화를 통해 대기업 및 연구소기업을 유치, 2050년까지 200개 기업 유치와 1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23년에 다원시스 등 ITER 부품 납품기업 7개 사와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SK와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도 산업화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연구인력 유입도 기대된다. 인공태양공학연구소는 2026년부터 2045년까지 20년간 2천여명의 연구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에 자리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는 이미 초전도 도체 분야 교수 5명을 초빙해 단계적인 인력 양성을 추진 중이다.

연관 산업 파급효과 역시 막대하다. ‘초전도 도체 기술’은 하이퍼루프(진공튜브 열차), 초전도 전력 케이블, 차세대 의료용 영상장치(MRI)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중성입자빔 연구설비’는 의료·바이오 산업은 물론, 수입에 의존하는 대면적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이온빔의 국산화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어 첨단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인공태양 연구시설 하나가 지역의 첨단 산업 지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장)는 "정치적 안배나 행정 편의가 아닌, 기술의 효율성과 국가 전략에 부합하는 과학적 입지 선정이 필요하다"면서 "수도권에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것을 넘어, 과학기술의 핵심 거점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육성하는 것이 균형발전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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